한달 새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 5억3677만원→5억6069만원
"전세 시장 나뒀으면 자율적 조정됐을 것…전세난 없었다"
세입자 보호 역할도 못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법
3일. 임대차법이 시행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여당은 지난 7월 30일 본회의에서 임대차 3법의 핵심인 계약갱신 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가 통과된 이후 다음 날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곧바로 시행 절차를 밟았다. 눈 깜짝할 새 벌어진 일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입법 독주'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야당과 시장의 우려는 묵살됐다.
임대차법 부작용에도 기약 없는 믿음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지금 임대차법은 전셋값 급등이라는 부작용만 양산했다.
KB국민은행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6069만원으로 10월 5억3677만원과 비교해 2390만원 올랐다. 웬만한 근로자의 1년치 연봉이다.
기껏 눌러놓은 집값은 다시 뛰었다. 전세난에 지친 이들은 중저가 아파트를 사들이기 시작하면서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21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이 0.29% 올랐다.
지난주 상승률(0.29%)은 부동산원이 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8년 7개월 만에 최고치였는데, 2주 연속 기록을 이어간 것이다.
정부와 여당 측은 임대차법이 작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장통'이라는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 봄 즈음에는 시장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를 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 보니, 대응방안도 달랐다. 야당은 새 임대차법이 최근 전세난의 주요 원인이며, 법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가 내놓은 카드는 임대차법이 본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수요 분산. 민간 임대시장에 집중된 수요를 공공임대로 빨아들여 시장을 진정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법 조정이라는 가장 확실하고 쉬운 길 대신 공급이라는 돌아가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전세대책도 말이 공급이지 공공임대에만 치중된 방식으로는 전세난을 해소시키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공공임대주택 100만 가구 공급 기념 단지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행복주택(A4-1블록)도 총 1640가구 중 410가구가 공실 상태다.
입주 자격을 완화하고 추가 모집 공고를 두 차례나 추가로 냈지만 입주자 모집에는 실패했다. 이는 곧 수요자가 원하는 임대 유형이 아니라는 뜻이다.
"임대차법,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여당의 지원 사격을 받아 저지르고 나중에 해결하는 방식이 이어졌다. 그것도 시장에서 말하는 확실한 방법을 두고 차선책을 밀어붙였다. 김포 등 비규제지역에서 발생한 풍선효과에 대한 대처도 그랬다. 그럴수록 시장은 꼬여만 갔다.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차라리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손을 대지 않았더라면, 또는 여당이 적절히 제동을 걸어줬다면,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달랐을까. 아니, 가까이 임대차법만 나오지 않았더라도 임대차 시장만큼은 달라졌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동일하다. "그렇다"는 대답이다. 해당 법이 없었다면 지금의 전세대란은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매매가가 오르면서 전세가가 올랐을 가능성은 있지만, 지금처럼의 급등과 매물실종은 없었을 것"이라며 "그나마 임대차 시장은 매매시장에 비해선 현 정부 들어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런 흐름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 임대차법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논의됐던 사안이다. 그러나 전·월세 가격 상승 등 우려가 나오면서 공감대를 얻지 못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당 측도 지난 6월 개최한 세미나를 통해 미리 야기될 부작용을 전달받았다.
이보다 이전인 19대 국회에서도 계약갱신요구권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당시 민주당은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를 만들면서까지 현재의 임대차법 도입을 밀어붙였다. 이때도 임대료 증액을 우려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과 정부가 반대하며 무산됐다. 이미 수차례 임대차법에 대한 부작용은 언급이 돼 온 셈이다. 어쩌면 지금 상황은 예견된 문제였다.
김학렬(필명 빠숑)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나온 법이지만 전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법"이라며 "민간시장에서 모든 전세가 오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자율적으로 시세를 조정하면서 안정화됐었는데, 임대차법이 모든 걸 뒤바꿔 놓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