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선운임 강세, 길어야 내년 상반기까지…섣부른 임금인상 안돼
HMM "절충안 마련 노력중…노사 극심한 갈등 상황 아냐"
HMM 노동조합이 최근 해운호황에 따른 회사의 실적개선을 이유로 임금 8%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사측은 이익을 냈다고 곧바로 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오는 31일 2차 노사 조정회의를 앞두고 양측이 절충안에 도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HMM해원연합노동조합은 올해 임금 인상과 관련해 지난 26일 조합원 369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해, 97.3%가 쟁의행위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31일 2차 노사 조정회의에서도 협상이 결렬되면 HMM 노조는 내년 1월 1일부터 승선 거부 등의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다.
노조는 올해 회사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1%대의 연봉 인상을 제시한데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2012년부터 물가지수가 8% 오른 만큼 이에 맞춰 임금도 8%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반면 HMM은 임금 인상 자체는 동의하지만 현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큰 폭의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HMM은 지난 2018년 산업은행 및 한국해양진흥공사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며 경영정상화 달성 시까지 임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기로 합의하고 현재도 경영정상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컨테이너선 운임 폭등 등 '해운호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는 점도 임금 인상을 신중케 하는 부분이다. 실제 업계는 그동안 운임 폭등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이동을 못했던 물동량이 하반기에 몰린 영향이 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내년에는 선복량이 증가하고 쌓여있던 물동량이 소화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수 있다. 이는 컨테이너선 운임 하락에 따른 컨선사의 실적 축소로 연결된다. 최근 호실적에 안주한 섣부른 임금인상은 향후 과도한 인건비 부담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만하더라도 물동량이 40% 감소하고 운임도 떨어지며 해운시황이 굉장히 안 좋았다가 3분기부터 급격히 좋아진 것"이라며 "이같은 '반짝호황'은 짧게는 내년 2월, 길게 봐도 상반기에는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라고 말헀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회사의 실적을 대폭 악화시켜 회사 경영정상화 및 근로자 처우개선을 미루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초대형컨테이너선은 운항 스케줄이 지연될수록 하루 수십억원에 달하는 용선료를 날리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물동량이 급등한 상황에서 파업이 현실화되면 '수출 대란' 극심화에 따른 우리 산업계의 전방위적인 피해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잇따른다. 노조가 회사와 수출기업의 절박한 사정을 볼모로 삼아 큰 폭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날선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회사측은 1% 인상안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적이 없으며, 파업 실시 등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31일까지 협상 타결에 최선을 다 하겠다는 입장이다.
HMM 관계자는 "아직 임금 인상 수치가 공표되지는 않았지만 사측이랑 노조 양측이 만족할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노사가 당장 극심한 갈등을 빚는 상황이 아니라 협상을 해나가는 과정으로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