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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제 1년⑩] 저금리·코로나·규제·빅테크…은행권 ‘사중고’


입력 2020.12.29 05:00 수정 2020.12.28 15:10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초저금리와 사모펀드 사태 여파로 이자·비이자이익 타격

카카오 이어 네이버까지 경쟁 심화…“경쟁력 강화” 고심

은행권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올 한해 경영환경에 있어 큰 변화를 겪었다.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 모습.ⓒ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는 은행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주요 수익원인 예대마진을 확보하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겹치면서 비이자수익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또한 초저금리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 등의 영향으로 대출자산이 큰 폭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대형 ICT업체)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되자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며 이들과 경쟁에 맞설 채비를 단단히 했고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밀접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에도 적극 나섰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1000억원으로 전월(968조5000억원) 대비 13조6000억원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8월 역대 최대로 증가한 지 3개월 만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전세자금대출 증가폭이 축소됐지만 이미 승인된 집단대출 실행이 늘고 주택 매매거래 관련 자금수요도 이어지면서 6조2000억원 늘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7조4000억원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달(3조8000억원)에 비해 대폭 확대된 수준이다. 주택과 생활자금 관련 수요가 지속되고 일부 기업의 공모주 청약에 대한 증거금 수요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11월 30일 신용대출 규제 시행 전에 미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수요도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


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금융당국은 지난달 30일부터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시행했다. 연봉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1억원 초과 대출을 제한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내년 1분기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도 내놓을 방침이다.


은행들도 연말까지 대출을 바짝 죄고 있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등 비대면 창구를 막은데 이어 영업점에서도 신규접수를 중단했다. KB국민은행도 오는 31일까지 2000만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중단했고 하나은행도 지난 24일부터 모바일 신용대출 대표 상품인 ‘하나원큐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지난해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올해에는 라임· 옵티머스 등 금융사기에 휘말리면서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라임·옵티머스 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는 원금이 사라져 환매 중단을 선언했고 이를 판매한 은행 등은 투자자들에게 원성을 샀고 신뢰도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은 라임·옵티머스 자산운용 펀드 판매 은행에 대한 제재심위원회(제재심)를 내년 1분기에 열 계획이다.


빅테크의 금융권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금융권에 진출한 카카오에 이어 네이버까지 금융업에 뛰어들면서 긴장감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전자금융거래법이 통과되면 빅테크 기업이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고객 결제 계좌를 발급하고 결제·이체 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은행들은 빅테크의 접근이 어려운 기업금융을 강화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혁신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빅테크 기업들과 손을 잡기도 했다. 결합과 융합을 통한 혁신 서비스로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에 부합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상생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비대면 금융혁신도 가속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고객이 화상상담 창구에서 화상상담 전문 직원과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디지택트 브랜치’를 선보였고 KB국민은행도 돈암동 지점에 디지털 요소를 강화한 ‘디지털셀프점플러스’를 오픈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 3월 강남역 지점에 디지털존을 간춘 ‘위비스마트 키오스크’를 리뉴얼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올 들어 200여곳의 점포를 줄였다.


아울러 ESG경영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말로, 기업 평가에 있어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하던 전통적 방식과 달리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ESG 등의 비재무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한은행은 금융기관의 환경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에 가입했다. 적도원칙은 대규모 개발사업이 환경 훼손이나 해당 지역 인권 침해와 같은 환경 및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경우 해당 프로젝트에 자금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금융회사의 자발적인 행동협약이다.


2020년 9월 현재 38개국 109개 금융회사가 적도원칙에 가입되어있다. 국내에서는 KDB산업은행이 소속돼 있고 신한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중에서 처음으로 직접 가입하는 회원사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와 가계대출 축소, 빅테크 경쟁 심화 등의 여파로 내년에도 은행권의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는 등 이익 구조 다변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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