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사 하루 전 '지배구조 내부규범 변경' 결의
노조 반발에도 강행…김지완 회장 권한 강화 포석
BNK금융그룹이 신년 인사를 불과 하루 앞두고 갑작스레 임원들의 임기를 단축한 것을 두고 잡음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장 조직 내부에서 원칙 없는 결정이란 지적이 나왔지만 그대로 인사를 강행하면서다. 특히 비난의 화살이 김지완 BNK금융 회장으로 향하면서 내홍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업무집행책임자의 임기를 축소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을 의결했다. 업무집행책임자는 금융사에서 통상적인 임원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내·사외·비상임이사를 제외한 실제 회사의 업무를 집행하는 임원을 의미한다.
이번 이사회를 통해 BNK금융은 연임한 업무집행책임자를 상대로 보장하던 임기를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축소했다. 아울러 승진한 업무집행책임자의 경우에도 동일한 임기 조건을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최초 선임 업무집행책임자에 대한 2년 임기 보장 조항만 그대로 유지했다.
이를 두고 BNK금융 내부에서 논란이 확산된 가장 큰 이유는 그 타이밍 때문이다. 지난 달 24일 BNK금융은 연말 정기 인사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사회는 바로 전날인 같은 달 23일 해당 지배구조 내부규범 변경을 결의했다. 즉, 하루만 순서가 뒤바뀌었다면 2년의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었던 임원들이 졸지에 매년 자리 유지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 셈이다.
이런 소문이 퍼지자마자 내부에서는 즉각 불만이 터져 나왔다. BNK금융 내 최대 계열사인 BNK부산은행의 노동조합은 관련 이사회 당일 BNK금융 본사 로비에서 집회를 열고, 동시에 은행 이사회 장소로 알려진 회의실을 점거했다. 그리고 "BNK금융이 원칙과 기준 없는 인사를 강행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발 더 나아가 부산은행 노조는 개정된 BNK금융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이 김 회장의 권력 강화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지주 회장이 원칙도 기준도 없이 임원 임기를 축소하고 연임을 볼모로 한 줄 세우기로 은행을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임기가 줄어들게 된 업무집행책임자의 인사권은 전적으로 김 회장이 갖고 있는 상황이다. 전략기획이나 재무관리, 위험관리 등을 담당하는 주요업무집행책임자의 임명은 이사회의 결의가 필요하지만, 이에 속하지 않는 일반 임원인 업무집행책임자는 내부 규정 상 회장이 선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결국 보장 임기가 축소될수록 임원 인사를 둘러싸고 회장 개인이 미치는 입김이 세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소란은 BNK금융을 넘어 금융권 전반의 관심사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올해 초부터 대형 금융그룹 회장들의 연임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권력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져 온 탓이다. 이에 금융당국까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서 금융그룹 회장 자리를 둘러싼 비판은 계속돼 왔다.
특히 김 회장이 이런 시선에서 더욱 자유로울 수 없는 인사란 점에서 갈등은 한층 커지는 형국이다. 김 회장은 2019년 3월 연임 당시 73세에 달하는 나이가 문제가 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금융당국이 금융들로 하여금 최고경영자의 나이를 만 70세로 제한하도록 권고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BNK금융이 김 회장의 연임을 그대로 밀어붙이면서다. 결국 김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이는 여전히 금융그룹 회장의 제왕적 권력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계기로 남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BNK금융의 이번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안은 그룹 회장의 인사권을 우회적으로 강화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며 "금융그룹 회장의 권력화를 견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고, 이에 발맞춰 주요 금융그룹들이 개별 임원들의 권한을 강화하고 있는 최근 추세에 비춰볼 때 다소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