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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사면론에 길 터줬다…'김종인 사과'의 나비효과


입력 2021.01.04 00:00 수정 2021.01.04 05:18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보름 전 조용히 끝났던 김종인의 사과가...

이낙연의 사면론으로 돌아오자 여권 '발칵'

"金, 사면론 먼저 안 꺼내든 게 유효한 한 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부터)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회동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법처리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한 것은 지난달 15일. 그로부터 불과 보름 만에 그의 사과가 여당 대표의 '사면론'이 되어 돌아왔다.


3일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기한 '사면론'이 파장을 일으키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사과 역시 회고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5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어(囹圄)의 몸이 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 두 명이 동시 구속 상태에 있다"며 "우리 당은 당시 집권여당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했으며, 통치권력의 문제를 미리 발견하고 제어하지 못한 무거운 잘못이 있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사과 당시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잘한 일"이라며 "저희들도 역사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생각하며 더 노력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과를 두고 엇갈리 의견이 나왔다. 대체로 '잘했다'는 분위기 속에서, 김 위원장의 사과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 역시 존재했었다.


김 위원장의 사과가 자칫 야권의 분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것이지만, 이러한 우려는 당 중진들이 나서서 김 위원장의 사과에 힘을 실으며 일단락됐다. 4선 중진인 권영세·김기현 의원 등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이 '적절한 사과였다'고 공개적으로 평가했다.


여권은 김 위원장의 사과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민의힘 지지율에 영향을 줄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후 여권이 우려하는 것처럼 의미 있는 지지율 상승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일, 또 한 번 반전의 계기가 찾아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돌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에 불을 붙이고, 여권은 내부 갈등을 빚으면서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는 문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로, 이 문제를 적절한 때에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의 사면론에 대한 여권 내부의 반발은 상상 이상이었다. 당 중진에서 초선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은 물론, 민주당 권리당원은 이 대표에 대한 불신임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결국 이 대표의 사면 건의에 대해 "최고위원회는 촛불정신을 받들어 개혁과 통합을 함께 추진하는데 공감했다"며 사실상 후퇴했다. 김 위원장의 사과가 본의 아니에 '여권 분열'이라는 성과를 거두게 된 셈이다.


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결과적으로 김종인 위원장의 사과가 이낙연 대표의 사면론에 길을 터주게 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사과' 이후 사면론을 먼저 꺼내지 않게 기다린게 결과적으로는 유효한 한 수가 됐다"고 전했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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