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 발언 후폭풍
친문에서 "촛불정권 후임자로 부적합" 기류
여권 이낙연·이재명 투톱…대체자 안 떠올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꺼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사면에 반대하는 강성 당원과 지지자들은 이 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1일 이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꺼낸 뒤 강성 지지자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온라인 당원 게시판 등에는 "촛불 민심에 대한 배신이다" "사과도 없고 재판도 끝나지 않았는데 사면이라니" 비판글이 대거 올라왔다.
특히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 대표가 '촛불 정권'을 이어갈 후임자로 적합하지 않다는 기류가 강해졌다. 일부 지지자들은 "이낙연 사퇴" "당대표까지만" "지지를 철회한다" 구호로 등 돌린 민심을 강하게 표현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밀려 3위로 주저앉은 이 대표에게는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4일 CBS 라디오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민주당에 상당히 불리한 의제"라며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게 중요한데, 사면론에 대해 당원들의 반발이 아주 상당하다. 집토끼가 달아나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설훈 민주당 의원도 이날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솔직히 말하면 우리 당원들이 지금 굉장히 격앙돼 있다"면서 "좀 정교하게 다툰다면 재판을 끝나고 얘기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3일 당내 반발을 확인하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상 사면을 재론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시기에 문재인 대통령께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4일 한국일보 인터뷰에 따르면 이 대표는 "사면과 관련한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새해에는 통합의 기운이 국민 사이에 확산되고 갈등이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적절한 시기에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대통령께 건의하겠다"고 못 박았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와 관련해서는 "적절한 시기라고만 말씀드리겠다"며 "상황을 봐야 하고, 또 여러 의견을 경청할 것"이라고 답했다.
친문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까지 받았던 이 대표는 사면 건의를 기점으로 미운털이 박히게 됐다. 향후 친문 민심이 어디로 쏠릴지도 주목된다. 현재 여권에서는 이 대표와 이 지사가 차기 대선주자 투톱을 형성한 상태다.
소위 '친문 적자'라 불리는 김경수 경남지사는 드루킹 댓글조작 혐의로 2심 실형을 선고 받은 뒤 차기 대선 불출마를 밝혔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더라도 대체할 인물이 딱히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