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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도약 빅3 ①] K-반도체, 비메모리 강국 도약 원년


입력 2021.02.01 07:00 수정 2021.01.31 13:52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메모리반도체 올해부터 초호황 진입으로 기대감 ‘업’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로 반도체 코리아 완성

삼성·SK하이닉스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 가속 페달

삼성전자 직원들이 클린룸 반도체 생산라인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삼성전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이끌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수출의 최대 주역인 반도체는 메모리 경쟁력 강화와 비메모리 성장을 본격화하고 있고 배터리도 전기차 시장의 본격 확대의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한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도 친환경·자율주행 등 산업 패러다임을 변화에 대응해 산업 주도권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들 주력 업종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국내 경제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편집자 주]


지난해부터 지속되고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야기된 경영환경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국내 반도체 업계는 선방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18조8100억원)에서 1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회사 전체(35조90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고 SK하이닉스도 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으로 반도체의 위력을 입증했다.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긴 했지만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등으로 인한 수요 증가로 서버용 제품을 중심으로 견조한 수요 흐름을 보이며 성과를 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가 올해까지 지속되면서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반도체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오히려 비접촉·비대면 기술 발전을 촉발시켜 '전자산업의 쌀'인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으로 올해부터 초호황기인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초호황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지난 2017년과 2018년 두 해 동안 지속됐던 메모리반도체의 슈퍼사이클을 재현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내년까지 메모리 초호황, 삼성·SK하이닉스 성장 청신호


반도체 초호황에 대한 기대감은 앞서 발표된 시장조사기관의 전망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와 가트너,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 등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대비 8.7% 증가한 4775억 달러(3사 평균)를 기록할 전망이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에서도 이는 잘 드러난다. 지난해 하반기 들면서 가격이 하락해 온 D램 가격이 8개월만에 반등하며 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입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D램(PC용 DDR4 8기가비트(Gb) 기준) 평균 고정거래가격(기업간 거래 가격)은 3.00달러로 전월대비 5.26% 상승했다.


D램 가격이 전월 대비 상승세를 나타낸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만으로 업계에서는 D램 슈퍼사이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서버 및 모바일용 D램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공급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으로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D램 가격 상승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모리반도체 초호황기였던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D램 가격은 8달러 선까지 상승한 바 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76단 4D 낸드 기반 512Gb TLC.ⓒSK하이닉스

이 때문에 올해 메모리 시장 성장과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도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D램 시장의 약 4분의 3, 낸드플래시 시장의 5분의 2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이들 투톱의 경쟁력은 초격차 기술·생산력 확보 노력과 함께 지난해 10월 단행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문 인수 등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더욱 고공행진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인 메모리반도체는 규모의 경제 실현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며 “내년까지 메모리반도체 초호황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은 더 좋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 K-메모리 넘어 K-반도체로 위상 제고 가속


메모리반도체 초호황이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 역량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 국내 반도체업계가 처한 현실이다.


K-메모리로 불릴 정도로 메모리반도체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산업은 비메모리분야에서는 경쟁력이 미미해 반쪽짜리 챔피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진정한 K-반도체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비메모리 강화를 통해 K-메모리를 넘어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국내 반도체 산업 구조의 한계를 극복해야만 앞으로 다가올 4차산업혁명 시대에 진정한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메모리(Memory·기억) 반도체가 그 어원처럼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면 비메모리는 연산이나 논리작업 등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두뇌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대표적인 시스템반도체 제품으로 인텔(CPU)과 퀄컴(모바일프로세서) 등이 대표적인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이다.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인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로 이러한 특성상 설계 전문회사인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전문)와 위탁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공정별 분업 체제가 잘 이뤄져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엑시노스 브랜드 심벌.ⓒ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것은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 비중은 35%에 불과하고 나머지 65%는 시스템 반도체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한 한국은 전 세계 D램 시장의 70%, 낸드플래시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절대 강자이지만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점유율이 고작 4% 가량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AP·이미지센서·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IT기기용 제품들이 주를 이루고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5세대이동통신(5G)·자율주행 등 신기술의 등장으로 시스템반도체의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이는 더욱 필요하다.


현재 옥중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새해 첫 현장 경영으로 비메모리 분야 사업장(지난해 화성사업장·올해 평택2공장)을 택한 것도 이러한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K-메모리가 아닌 K-반도체로서 위상을 굳건히 하려면 비메모리 분야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그만큼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 부회장이 이미 지난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것은 이와 맥을 같이한다.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팹리스 분야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연구개발(R&D)에 73조원과 생산시설 60조원 등 총 13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 파운드리, 반도체코리아 경쟁력 제고 책임진다


올해부터 시작될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의 기대감은 파운드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파운드리 경쟁력 제고는 현재 긍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잇따른 성과를 올해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8월 미국 IBM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파워10’에 이어 9월 초 엔비디아의 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주에도 성공했다.


또 퀄컴의 5세대이동통신(5G)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칩인 스냅드래곤875(가칭)을 전량 생산하는 위탁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했다.


또 내년 3나노(nm·나노미터, 1나노는 10억분의 1미터) 공정 양산 시작 계획을 발표하는 등 TSMC보다 한 발 빠른 3㎚ 공정 상용화 계획을 내놓으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올해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 노광장비 확보를 통해 기술력뿐만 아니라 생산력 확보에도 전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달 4일 경기도 평택 2공장에서 개최된 파운드리(S5) 생산설비 반입식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삼성전자

이러한 기술력과 생산력을 바탕으로 팹리스 업체들과의 긴밀한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업계 1위 타이완 TSMC를 본격 추격한다는 계획이다.


회사측은 지난달 28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고객 수요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파운드리 공장 건설 여부는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화성·기흥·평택을 포함해 미국 오스틴까지 전 지역을 대상으로 사이클 최적 활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파운드리사업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이미지센서와 전력관리칩, 디스플레이구동칩 등의 위탁 제조 기술·생산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 올해 파운드리시장 활황에 대비해 수익성 개선에 전력한다는 방침이다.


회사측은 지난달 29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200㎜(8인치) 파운드리 시장이 활황으로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기회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 원가 절감이 예상되는 중국(장쑤성 우시 공장)으로 8인치 설비를 이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파운드리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수요 급증으로 밀려드는 물량을 파운드리업체들이 해소하기 어려울 정도여서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도 예상돼 수익성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서버·모바일용 물량이 급증하면서 파운드리업체들이 생산 여력을 모두 투입하고 있는 가운데 IT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진이 낮은 차량용 반도체는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처지일 정도다.


완성차를 생산해야 하는 자동차 업체들과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 이들의 칩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 기업들으로서는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파운드리업체들로서는 밀려드는 주문에 표정관리가 안 될 정도다.


파운드리업체들로서는 고수익 제품을 우선순위로 주문을 받아 수익성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인피니언(독일)·NXP(네덜란드)·르네사스(일본) 등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은 이미 파운드리 제품 주문 비용 증가로 고객사에 제품 가격 인상을 통보하거나 요청하고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모든 자원을 가용 중인 파운드리업체들로서는 추가적인 수요에 추가적으로 대응할 여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수익성 위주로 팹(공장)을 운영할 수밖에 없어 마진이 상대적으로 낮은 물량은 뒤로 밀릴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빗발치는 주문을 해소할수 있는 공급력이 부족해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상승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30일 오전 울산광역시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 미래차 전략 토크쇼를 마친 후 전시되어 있는 미래차를 관람 중 현대모비스의 M.비전S를 정의선 회장과 함께 시승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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