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현대중, 임단협 찬반투표 부결…장기불황 속 자멸 택한 노조


입력 2021.02.05 19:28 수정 2021.02.05 22:09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2016·2017년, 2018년 이어 3연속 1차 임단협 부결…관습화 우려도

임단협 가결한 일렉트릭, 건설기계도 3사 1노조에 묶여 빈손 연휴 맞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이 집행부와 사측이 마련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다. 장기 수주불황 속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성과급과 격려금을 지급하고 노조 측에서 요구하던 조합원 손배소 철회도 수용했지만, 노조는 결국 설 연휴 전 타결을 거부하고 대립의 길을 택했다.


‘3사 1노조’ 체제에 따라 현대중공업 뿐 아니라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 근로자들까지 2년치 성과급과 격려금은 물론, 기본급 인상 소급분도 받지 못한 채 설 연휴를 보내게 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5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한 결과, 전체 조합원 7419명 중 93.71%인 6952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58.1%에 해당하는 4037명이 반대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찬성은 41.1%(2861명)였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 3일 마련한 잠정합의안은 2019년과 2020년 2년치 임단협 내용을 담았다.


주요 내용은 2019년 기본급 4만6000원 인상(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약정임금 218% 성과금 지급, 약정임금 100%+150만원 격려금 지급, 복지포인트 30만원 지급 등이다. 2020년는 기본급 동결(호봉승급분 2만3000원 정액 인상), 약정임금 131% 상여금 지급, 230만원 격려금 지급, 지역경제상품권 30만원 지급 등이다.


그동안 노조 측이 요구해 왔던 일부 조합원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 대규모 징계에 의한 인사불이익 철회 등 요구조건도 사측이 수용했다.


노사는 쌍방이 제기한 각종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노조는 사측을 상대로 노동위원회에 제기한 부당해고 및 징계 구제신청(1415명)을 취하하고, 사측은 해고자 4명을 제외한 징계자에 대해 성과금, 연·월차 감률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 해고자 3명을 별도의 절차에 따라 재입사 조치하는 내용도 합의안에 담겨 있었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2019년 5월 법인분할(물적분할) 주총 과정에서 노사가 심각하게 대립한 이후 1년 9개월여 만에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동안 피로도가 심한 조합원들의 찬성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2년 연속 성과급도 없이 기본급 인상 소급도 받지 못하고 버텨온 만큼 이번에는 마무리를 짓자는 노조 내 목소리도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잠정합의안이 가결됐더라면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은 기본급 인상 소급분과 성과급, 격려금 등을 포함해 1인당 평균 1400만원씩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2년간의 투쟁의 결과물이 겨우 이거냐’는 노조 내 일부 강경 계파의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을 눌렀다.


노사는 다시 교섭 테이블을 마련해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노조 집행부로서는 1차 합의안이 부결된 만큼 진일보된 조건을 이끌어내야되는 반면, 사측은 이번 1차 합의안이 현재의 경영여건상 제시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며 추가 금액 제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장 다음주 목요일인 11일부터 설 연휴가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수 사흘 사이 2차 잠정합의안을 만들어 찬반투표까지 진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2년치 임단협은 설 연휴 이후로 넘어가는 형국이고,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은 빈 손으로 귀성길에 나서게 됐다.


3사 1노조로 묶여 있는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는 이날 찬반투표에서 각각 56.2%와 51.4%의 찬성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가결시켰지만, 이들 역시 현대중공업 임단협 타결까지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임단협 부결이 ‘관습’으로 뿌리박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노조는 2016·2017년 2년치 임단협과 이듬해 2018년 임단협에서도 1차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2년치 교섭을 3년차인 올해까지 길게 끌고 갈 수는 없어 지난해 수주부진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조 측에 최대한의 조건을 제시했지만 부결돼 아쉽다”면서 “2차 잠정합의안 마련을 위한 교섭은 노조 집행부의 입장을 들어본 뒤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