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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눈물의 자진 하차,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21.02.06 08:20 수정 2021.02.06 07:19        데스크 (desk@dailian.co.kr)

ⓒTV조선 화면캡처

4일 방송된 TV조선 ‘미스트롯2’에는 놀랍게도 진달래가 등장했다. 최근 그녀는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였고 ‘미스트롯2’에서 하차한다는 보도가 이미 나온 터였다. 그러므로 당연히 통편집됐을 거라 여겨졌는데 프로그램에 등장한 것이다.


프로그램은 ‘대기실에서 울고 있는 진달래’라는 자막과 함께 슬피 우는 그녀를 조명했다. 진달래가 “어차피 경연에 참여해도 통편집될 것 같다. 다른 참가자들한테 피해가 가는 거면 경연을 그만두겠다”며 자진 하차를 선언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또 준결승전에서 공연을 함께 하기로 되어있던 강혜연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진달래 하차를 안타까운 비극처럼 포장한 느낌이다. 진달래가 다른 참가자들을 위한 대승적 결단을 내려 스스로 하차를 결정한 것 같은 분위기로 그려졌다. 자신이 하차하면서 강혜연의 피해를 더 걱정하는 대인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 후 프로그램은 그동안 이어진 진달래와 강혜연의 연습 과정을 추가로 보여줬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쳤는데 이제 물거품이 됐다는 식의 안타까운 스토리로 비쳤다. 강혜연이 진달래를 껴안고 위로하며 “언니 때문 아니야. 언니가 더 힘들지”라고 말하는 대목도 전파를 탔다.


문제는 진달래가 안타까운 사연 때문에 하차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진달래 하차는 학교폭력 때문이다. 10대 중반 시절 진달래에 참혹하게 상습 폭행당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피해자의 주장이 제기된 후 진달래의 소속사에선 ‘사실무근 허위유포자는 사이버수사대에 수사 요청해서 잡히면 신상으로 영혼까지 털어드립니다’라는 입장이 나왔다. 피해자가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입장이었다. 피해자는 "생각보다 일이 커지고 소속사에서도 글쓴이를 찾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워낙 좁은 지역사회다 보니 보복당할까 무서워 글 내려야 할 것 같다"며 폭로 글을 삭제했다.


글을 삭제하기까지 피해자는 큰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2차 가해를 당한 셈이다. 만약 처음 고발이 나왔을 때 진달래가 바로 사실을 인정했다면 이런 2차 가해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진달래를 향한 여론이 더욱 악화했다.


현재 나와 있는 피해 주장 중에 정확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인정한다는 말은 진달래 사과문에 없지만, 어쨌든 잘못을 사죄한다고 했고 그 외에 별다른 반박이 없었기 때문에 피해 주장을 포괄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정말 큰 잘못을 한 것인데, 거기에 더해 늦은 인정으로 피해자에게 불안감까지 안긴 것이다.


게다가 사과문에서 ‘저의 어린 시절 철없는 행동이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으셨다는 말에 가슴이 찢어지게 후회스럽고 저 스스로가 너무 원망스럽습니다’라고 해서 피해자가 참혹한 피해를 본 사건을 ‘철없는 행동’이라고 가볍게 표현한 것이 또 문제가 됐다.


이 정도 사건이면 하차와 통편집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프로그램은 그걸 동료들을 위한 ‘자진 하차’ 결단인 것처럼 그렸다. 진달래의 눈물로 그녀의 아픔을 전달했다. 연민을 자아내는 영상이었다.


피해자는 진달래가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고 악몽을 꿨다고 했다. 악몽에서 깨어나 자신이 어렸을 때의 상처로부터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에 오열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진달래 모습을 TV로 또 내보내야 했을까?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은 많다. 보통 바로 통편집이 결정되고 그 이후에 해당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과거 ‘삼시세끼’에서도 출연자를 완벽하게 지웠던 적이 있다. 그럴 때 지우기 전에 해당자를 조명하며 그가 눈물 흘리는 모습, 동료로부터 ‘니 잘못이 아니다’라는 위로를 받고 쓸쓸하게 집으로 향하는 뒷모습을 애처롭게 보여준 적이 없다.


통편집해야 할 상황이 되면 그냥 지울 뿐이다. 그 전의 과정을 구구히 담지 않는다. 언제나 그래왔다. 그런데 진달래만은, 심지어 일반 사건도 아니고 현재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버젓이 TV에 안타까운 모습을 내보낸 것이다. 이것을 그저 하나의 큰 사건으로만 생각해 전개 과정을 화면에 담은 것으로 보인다. 사안의 엄중함,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피해자의 감정을 생각했다면 이런 제작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학교폭력은 반드시 근절해야 할 우리 사회의 심각한 사안이다. 방송프로그램부터 이 이슈에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조금이라도 경각심이 강화될 것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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