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모바일 장보기 등 코로나19 여파에 온라인 유통 큰 폭 성장
경력 개발자 찾기 ‘하늘의 별따기’, 창업주보다 연봉 높은 사례도
코로나 시대를 맞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유통 시장 선점을 위해 이커머스 기업들이 치열한 인재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개발 경험이 있는 IT기술 경력자가 드물다 보니 이들을 대상으로 백지수표부터 집과 사무실 등 맞춤형 업무환경을 제공하는 등 인재 모시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SSG닷컴은 오는 21일까지 개발 직군을 비롯해 온라인MD, 브랜딩 등 사업영역 전 부문을 모집 대상으로 하는 경력사원 공개 채용을 진행한다. 총 15개 직무 분야에서 두 자릿수(00명) 인원을 채용한다.
가장 많은 인력을 뽑는 분야는 AI(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최신 빅데이터 기술을 통해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는 IT개발 직군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9일부터 대규모 공개채용을 시작했다. 채용 모집 분야는 총 27개로, 다양한 직무 분야에서 두 자릿수의 인원을 경력직 중심으로 선발한다.
검색 서비스 개발자, 판매 시스템 S/W와 Front-End 개발자 등 IT관련 직군을 중심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뉴욕 증시 상장을 진행 중인 쿠팡도 향후 5년간 5만명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 물류센터 등 물류 인프라 인력과 개발자 등 IT인력이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 위메프, 티몬 등 이커머스 기업도 IT개발 관련 직군의 경우 수시채용을 진행하는 등 인재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수요는 높은데 공급은 태부족…경력 개발자 몸값 천정부지로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지난 2016년 65조원 규모에서 지난해 150조원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작년 코로나19 사태로 모바일 장보기가 일상이 되면서 이용 연령층도 중장년층으로 대폭 확대됐다.
시장이 빠르게 확대된 반면 개발자 등 IT관련 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일부 기업들은 해외에 사무실을 두고 현지 인력 영입에 나서기도 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쿠팡은 작년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에 개발자들을 위한 스마트 오피스를 마련했으며 미국 실리콘밸리, 시애틀, LA, 베이징, 상하이, 싱가포르 등에 오피스를 두고 2000여명의 IT개발자를 운용하고 있다. 이는 쿠팡 전체 사무직 직원의 40%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정말 실력이 좋은 개발자들은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해외 기업으로 대부분 빠져나가 국내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실제로 이커머스 기업에서 관련 업무를 해본 경험자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은 단 기간에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할 인재 육성 정책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등 관련 학과를 전공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직접 활용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 대학이나 정부에서 이커머스 관련 인력을 직접적으로 육성하는 사례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달 초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이커머스 전문가 육성을 위해 고려대 등 7개 대학을 이커머스 특성화 대학으로 지정하고 협약을 체결한 것이 첫 시도일 정도다.
공급은 적은데 수요는 높다 보니 경력이 있는 개발자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커머스 기업 내 가장 연봉이 높은 부서는 대부분 개발자들이 몰려 있는 기술 관련 부서일 정도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개발 관련 부서를 두고 ‘그들만의 리그’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졌다 싶으면 기업에서 백지수표를 제안하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쿠팡이 IPO를 추진하면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상장신고서에 따르면, 작년 10월 영입한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743만여달러 상당의 스톡 어워드(주식 형태의 상여금)를 비롯해 총 2764만여 달러(약 305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연봉과 스톡 어워드를 합해 1434만여 달러(약 158억원)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약 두 배에 달하는 셈이다.
또 높은 연봉은 물론 집과 전용 사무실을 따로 마련해주는 등 인재 맞춤형 복지제도를 제안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문 개발자 영입을 위해 그에게 팀 구성과 운영 권한을 주고 기업 밖에서 활동하는 별도의 조직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쇼핑업계 관계자는 “개발자들의 연봉이나 처우가 대부분 네이버나 카카오, 넥슨 같은 대형 IT기업 수준에 맞춰져 있다 보니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는 이커머스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경쟁도 치열해지는 만큼 우수한 인재 확보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