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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엘비 쇼크' 리보세라닙 임상 발표에 무슨 문제?


입력 2021.02.17 16:41 수정 2021.02.17 16:42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3달 만에 임상 실패→성공"…금융당국, 허위공시 의심

진양곤 회장 "임상 3상 결과 발표 과정에서 생긴 오해일 뿐"

경구용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을 개발 중인 에이치엘비가 허위공시 논란에 휩싸였다. 금융당국이 2019년 회사가 공개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허위공시했다는 이유로 조사 중인 것으로 드러나서다. ⓒ에이치엘비

경구용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을 개발 중인 에이치엘비가 허위공시 논란에 휩싸였다. 금융당국이 2019년 회사가 공개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허위공시했다는 이유로 조사 중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란에 휘말리면서 지난 16일 에이치엘비 주가는 전날보다 27.24% 하락한 6만6500원, 에이치엘비제약은 22.81% 내린 1만3200원,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27.96% 떨어진 1만6750원으로 각각 마감했다. 3개 회사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모두 1조7000억원가량 증발한 것이다.


이어 17일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10분 기준 에이치엘비 주가는 전날보다 6.92% 하락한 6만1900원,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8.36% 떨어진 1만5350원이다. 에이치엘비제약만 3.03% 오른 1만3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2019년 6월 리보세라닙 임상 3상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부풀려 공시한 혐의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쳤고, 조만간 증권선물위원회 조치를 앞두고 있다.


금융당국은 에이치엘비가 FDA의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리보세라닙 개발에 성공했다고 공시한 부분을 의심하고 있다.


임상 결과 발표에 무슨 문제 있길래… 금융위 '칼끝' 겨눴나


에이치엘비는 2019년 6월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탑라인(주요 지표) 결과를 발표하면서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3개월 후인 9월 에이치엘비는 유럽종약학회(ESMO)에서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전체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임상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에이치엘비는 논문 발표를 통해 암 진행 없이 생존을 연장하는 무진행 생존 기간(PFS)이 기존 시판 치료제 대비 높게 나왔고, 부작용이 줄어드는 등 임상 3상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리보세라닙 PFS는 2.83개월로, 위암 3차 치료제로 이미 허가받은 '론서프'(2개월)나 '옵디보'(1.6개월)보다 높았다. 리보세라닙 전체 생존율(OS) 역시 5.78개월로, 기존 론서프(5.7개월)나 옵디보(5.26개월)보다 높게 나왔다.


금융위가 문제 삼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3개월 만에 실패가 성공으로 바뀔 수 있냐는 것이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지난 16일 회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허위공시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에이치엘비 유튜브

이와 관련해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전날 회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해명했다.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이며, 충분히 소명하고 입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진 회장은 "2019년 10월 FDA와의 사전미팅 의사록을 보면 FDA가 '실패(fail)'라는 표현을 쓴 것이 있지만 이는 앞서 최종적인 임상 데이터가 나오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제가 했던 발언과 일치한다"며 "FDA가 허가 신청을 위해 자료 보완을 요청해 이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진 회장은 2019년 6월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에서 당초 계획했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고 FDA 허가를 받는 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유튜브를 통해 "실제 신약허가 신청 서류 제출 이후 진행한 대면미팅에서 FDA는 보완 자료가 필요하며 자료 제출 이후 다시 검토하자고 했으며 이는 실패가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보완 서류를 다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현재 이런 내용을 금융당국에 소명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리보세라닙은 지난 6년간 중국에서 매년 3000억원 이상 팔리며 수만명에게 처방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진 회장은 "에이치엘비는 지난 5년간 위암, 대장암, 간암, 폐암, 유방암 등 25종의 암에 대해 효능을 입증한 500편 이상의 국제 임상 결과 논문이 발표됐다"며 억울함을 피력했다.


한편, 리보세라닙은 암세포 증식을 돕는 신생혈관의 성장을 막아 암 사멸을 유도하는 작용기전을 갖고 있다. 위암, 간암, 폐암, 대장암, 유방암 등 고형암에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는 경구용 제제인 리보세라닙이 기존 약과 비교해 환자 복용 편의성이 뛰어나 OS를 충족 못해도 미 FDA의 허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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