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명분으로 국경을 봉쇄한 가운데 북한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이 접경지역에서 '철길 수레'를 이용해 귀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현지시각)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과 주북 러시아대사관 페이스북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는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 8명과 가족이 이날 두만강 철교를 통해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아무도 도와주는 이가 없어 짐을 실은 철길 수레를 직접 밀었다고 밝혔다.
외교관들은 평양에서 34시간 가량 기차와 버스를 타고 함경북도 나선시까지 이동한 뒤, 해당 지역에서 짐과 아이들을 태운 철길 수레를 1㎞ 이상 밀며 국경을 넘었다. 통신은 수레에 탄 3명의 아이 중 세 살 아이도 있었다고 전했다.
외교관들은 본국인 러시아 연해주(州) 하산역에서 외교부 동료들을 만나 버스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으로 이동했다.
북한전문 매체인 NK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러시아와 북한을 오가는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고 한다.
앞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지난 8일 자국 매체인 인테르팍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국경봉쇄가 길어지면서 평양에서 밀가루·설탕 등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사기 어려워졌다"고 말한 바 있다.
마체고라 대사는 "맞는 옷과 신발을 겨우 구해도 가격이 봉쇄 이전보다 3~4배 비싸다"며 "러시아 대사관 직원들은 서로 옷과 신발을 교환하며 자녀들에게 입히고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그는 북한 내 의료 기반시설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언급하며 "북한 당국이 (사실상 유일하게) 취할 수 있는 방역 조치가 철저한 코로나 유입 차단이라는 것을 공공연히 인정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