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2017년 취임 이후 ‘영혼있는 공무원’ 강조했지만
정부부처 통제하는 듯한 모습...“지난 정부와 다를 바 없어”
‘가덕도 신공항’ 사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청와대와 여야의 입김에 굴복하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역시 마찬가지다. 다음달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가덕도 신공항 밀어붙이기에, 관료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쉽게 꼬리를 내리고 있다.
지난 26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가덕도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229명 중 찬성 181명, 반대 33명, 기권 15명이었다. 여당이 앞에서 이끌고 야당이 뒤에서 미는 모습으로, 여야의원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졌다.
국토부는 애초에 16쪽가량의 보고서를 통해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부적격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피력한 바 있다. 안전·시공·운영·환경·경제성 등 7가지 요소를 들어 신공항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단번에 반전됐다. 지난 25일 가덕도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신공항을 조기에 실현시키려면 국토부가 이에 대한 공감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국토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주문했다.
이에 변창흠 국토부장관은 “일부 언론에서 마치 국토부가 가덕신공항을 반대한 것처럼 비춰져 송구하다”며 “국토부의 분석 보고서는 당초 발의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안의 내용 중 사전타당성 조사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라고 바짝 몸을 낮췄다.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 때 필수적인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낸 기재부 역시 뒤이어 “반대의 뜻은 아니다”라고 발을 뺐다.
문 대통령이 관가를 통제하고, 정부 부처 장관들도 청와대의 입맛에 맞추는 듯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과거 문 대통령의 ‘영혼있는 공무원’ 발언을 들어 이 같은 상황을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8월 첫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며 “공직자는 국민과 함께 깨어있는 존재가 되어야지, 그저 정권의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 돼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2018년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윤학배 차관이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지시에 따라 세월호 조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에도, ‘공무원들도 정치에 반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라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17년 감사원은 최순실 등 국정개입 의혹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위법·부당한 지시에 대해 법령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이행한 공직사회 분위기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다음 해인 2018년 3월 정부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무원이 소신 있게 일할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규정이 포함된 ‘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의결했다.
그러나 이번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비롯해 최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원 감사 결과 등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들 역시 ‘할 말을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단 가덕도 신공항 관련 국토부나 기재부의 보고서는 관료들의 면피용으로 보면 된다”며 “향후 문제가 됐을 때 처벌 받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근거를 남겨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영혼있는 공무원’을 강조했지만, 결국 지난 정부들과 다를게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특별법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에 신공항을 만들고 예타를 면제하고 사전타당성 조사를 간소화하는 하는 내용이 골자다.
원안의 특례조항 대부분이 유지됐지만, 환경영향평가는 면제하지 않고 실시한다. 쟁점이던 ‘김해 신공항 폐지’는 는 조문에 명시하지 않고 부칙에 넣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