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면 속 경제단체 위상 추락...통합설까지
존재감 ‘제로’...관심 보여야 변화·혁신도 가능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장수 회장 체제로 새로운 출발을 예고했다. 지난 2011년부터 조직을 이끌어 온 허창수 회장이 5연임에 성공하면서 2023년까지 이끌게 됐다.
새로운 시작을 알렸지만 그 앞에는 가시밭길이 놓여져 있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추락한 조직의 위상 회복이 점점 요원해지고 있는 가운데 재계에서 맏형 경제단체로서의 입지도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전경련 패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외받으면서 재계에서의 입지도 크게 좁아졌다.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을 비롯, 청와대 초청 행사, 여당 주최 경제단체장 간담회 등에 초대받지 못했고 정부와 재계의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도 대부분 대한상공회소로 넘겨준 상태다.
여기에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하는 등 회원사 급감으로 위상도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전경련의 위상 하락은 다른 경제단체들과 크게 대비되고 있다.
대한상의가 4대그룹 총수들의 맏형격인 최태원SK그룹 회장을 새 수장으로 선임하고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 소위 '젊은 피'라 불리는 정보기술(IT)·금융업체 창업자들을 서울상의 회장단에 대거 합류시키며 다양성을 통한 입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
퇴직 관료들이 주로 수장을 맡아 온 한국무역협회도 15년 만에 민간 기업인인 구자열 LS그룹 회장을 새로운 수장을 영입하며 변화와 혁신을 꾀하고 있다.
반면 전경련은 한국경영자총협회와의 통합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로 존폐 위기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전경련도 이같은 위기감을 감지하고 있다. 이에 국내 최대 경제단체로서의 역할 회복 노력과 함께 산하에 있는 한국경제연구원을 중심으로 정책 연구 기능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또 회장단에 젊은 총수들과 IT기업인들을 합류시키는 것도 추진 중으로 쇄신의 의지는 충만하다.
하지만 정부는 철저한 외면으로 이러한 의지를 꺾어놓을 태세다. 일례로 전경련이 국정농단 사태 직후였던 지난 2017년 3월 발표한 혁신안에 담겼던 조직 명칭 변경(한국기업연합회)도 4년째 묵묵부답이다.
이러한 태도는 여전히 유효해 어쩌면 무관심 속에서 스스로 존재감을 잃게 만들려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악플(악성댓글)보다 무플(댓글없음)이 무섭다는 말은 이럴때 쓰는 것이다.
사람도 그렇겠지만 조직도 관심을 주는 만큼 성장한다. 정부의 무관심은 과거에 집착해 미래를 외면하는 우를 범하는 것과 같다. 이제라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정부가 60돌을 맞은 경제단체를 계속 외면한다면 경제 위기 극복과 새로운 도약이라는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밖에 없다.
* 퍼팩트(per-Fact)는 ‘사실에 대해’라는 의미로 만든 조어로 사실을 추구한다는 마음을 담겠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