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만에 사정 라인 동시에 교체
임기 말 국정 운영 부담 우려한 듯
靑·檢 관계 재정립 의지로 해석돼
尹 후임 인선·중수청 여전히 뇌관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단 75분 만에 수용하고,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도 속전속결로 정리한 건 '조국 사태'부터 이어진 검찰과의 갈등 국면을 신속히 전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총장 '사의설'이 실제 사퇴로 연결되자, 청와대 안팎에서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일부 감지됐지만, 정리가 늦어지면 국정 운영에 심각한 부담이 될 거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최근 행보에 불쾌감을 느낀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3시 15분 문 대통령의 윤 총장 사의 수용 사실을 밝혔다. 윤 총장이 오후 2시에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사의를 표명한 지 75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알려졌지만, 중대범죄수사청과 관련한 윤 총장의 최근 행보가 사실상 '정치적 행위'로 인식되는 만큼, 거취 정리를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지금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바 있다.
윤 총장의 중수청 반대 입장에 "국회를 존중해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경고했던 청와대도 이날 오전 사의설, 오후 사의 표명과 관련해서는 전부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은 이로부터 45분 뒤, 검찰 고위간부 인사와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고 사의를 표한 신 수석을 교체했다. 후임으로는 '비(非) 검찰 출신'인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을 임명했다. 문 대통령이 사정 라인의 동시 교체를 진행한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과 관련한 갈등을 신속히 진화하고,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치적 갈등'이 지속되면,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상황에서 '민생 우선'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 검찰 출신 민정수석을 재기용하면서, 여권의 검찰개혁 2라운드에 힘을 싣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와 검찰 간 갈등이 일단은 매듭짓는 모양새가 됐지만, 여전히 갈등 요인은 남아있다. 여권이 중수청 추진의 시기만 늦췄을 뿐, 법안 처리를 하겠다는 방침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또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과 관련한 검찰의 정권 수사의 향배도 변수다.
이 때문에 검찰총장 후임 인선에 시선이 쏠린다. 정가에서는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친정권 성향의 인사를 기용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윤 총장의 사퇴 직후 차기 총장 후보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 지검장은 '추미애 라인'으로 윤 총장과 신 수석이 검찰 고위간부 인사 협의 과정에서 유임을 반대해 온 인물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법무부에 사표가 접수됐고 사표 수리와 관련된 절차는 앞으로 행정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며 "후임 임명도 법에 정해진 관련 절차를 밟아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