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기획축출' 초래한 청와대 집중규탄
주호영 "역사의 심판 못 피할 폭거로 남을 것"
향후 정치 행보는 '제3지대' 존재에 무게 실려
김종인 "앞으로의 진로 개척을 지켜보겠다"
윤석열 검찰총장 전격 사퇴에 제1야당 국민의힘은 일단 이런 사태를 초래한 문재인정권을 원점타격하면서 윤 총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기성 야당 입당보다는 '마크롱 모델' 등 독자 행보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됨에 따라 행보를 조심스레 지켜보려는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향후 야권 결집의 핵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국민의힘은 4일 오후 윤 총장이 전격 사퇴하자, 문재인 대통령의 당부대로 '살아있는 권력'을 엄정히 수사하다보니 '기획축출' 사태에까지 이르렀다며 청와대를 집중적으로 규탄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쫓아내려고 중수처법 만들면서 집요하게 쫓아낸 기획축출 아니냐"며 "정권으로서는 앓는 이가 빠진 것처럼 속시원할지 모르겠지만, 이것이야말로 문재인정권이 점점 더 수렁으로 빠지고 역사의 심판을 피하지 못하는 폭거의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조경태 의원은 부산 수영구 당사에서 열린 보궐선거 대책회의에서 "오늘은 박형준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된 날이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해 흉악무도한 문재인정권과 맞서싸우는 정기를 세운 날"이라며 "내로남불 정권을 부산시민들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의원은 "드디어 윤석열 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제야 검찰장악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고 박수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며 "실낱같이 유지돼왔던 헌법정신이 이제 속절없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김웅 의원은 "정권의 개들이 윤 총장의 사직에 대해 정치 행보라며 욕하고 있다"며 "'살아있는 권력'과 싸우다 사그러지는 게 정치 행보냐. 만약 그렇다면 사육신도 정치 행보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이 정권이 자신들이 세운 '검찰개혁의 적임자'의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자 검찰총장을 '식물총장'으로 만들다못해 아예 형사사법시스템을 갈아엎고 있다"며 "정권의 핵심과 그 하수인들은 당장은 희희낙락할지 몰라도, 앞으로 윤 총장이 내려놓은 결과의 무게를 감당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총장의 서울법대 두 학번 선배이자 논산지청장을 먼저 지낸 김제식 전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의 수사를 조여가다보니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 아니겠느냐"며 "얼마나 그만두기를 바랐으면 사의를 표명한지 한 시간만에 신현수 수석과 같이 수리하느냐.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먼저 나서지는 못하지만 진심으로 원했던 일)이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국민의힘의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유승민 전 의원도 비슷한 맥락에서의 반응을 보였다.
원희룡 지사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을 사퇴한 것은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라며 "이 사태를 초래한 근본 책임은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며 임명해놓고 그 말의 메아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두드려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윤 총장의 사직은 대한민국 헌정사와 검찰의 역사에 문재인정권의 부끄러운 오욕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살아있는 권력이 자신들의 불법과 부패를 은폐하기 위해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헌법이 천명한 삼권분립, 민주와 법치,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어디까지 파괴할 수 있는지 이 정권은 생생하게 보여줬다"고 규탄했다.
윤 총장의 향후 정치 행보와 관련해서는 국민의힘에 입당하기보다는 '제3지대'에 존재할 것으로 관측하는 시각이 많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입당 여부는) 잘 모르겠다. 본인의 뜻과 상황에 달린 것"이라면서도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노력이나 방향성은 같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같은 방향으로 노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의 서울법대 한 학번 선배이자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장 시절 윤 총장과 소통했던 유기준 전 의원은 "국민의힘으로 입당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제3지대'에서 세력을 구축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김제식 전 의원도 "국민의힘으로 가기보다는 마크롱이 모델 아니겠느냐"며 "윤 총장은 앞으로 뚜벅뚜벅 가는 성격이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나 고건 전 국무총리와는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지난해 국감 이후부터는 이미 정치인이었다고 본다.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는 표현은 정치인의 워딩"이라며 "부친도 경제학을 한 분으로 김종인 위원장과도 가깝기 때문에 (검찰총장을) 던지기 전에 이미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윤 총장 부친과의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힘과는 관계가 없다"면서도 "앞으로 진로를 어떻게 개척해가는지 지켜보겠다"는 절제된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줄곧 '제3지대'에서 정치 활동을 해왔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환영에 무게를 싣는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대표는 "상식과 정의를 위해 치열하게 싸워 온 윤 총장, 그동안 수고했다"며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윤 총장의 앞날을 국민과 함께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현재 야권의 잠재적 대권주자 중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만큼 야권 결집의 핵으로 기능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김제식 전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의 말처럼 '별의 순간'이 온다고 본다"며 "본인이 원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운명적으로 흐름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고 전망했다.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사가 지난 1~3일 공동으로 설문한 전국지표지사(NBS)에 따르면, 보수 진영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13%로 오차범위내 선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1%,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10%, 유승민 전 의원이 6%,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이 4%,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4% 순이었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