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지수 추종 국내 펀드 3개에 불과…그린워싱 주의보
거래소·금감원 "편입 종목에 대한 관리·감독 계획 없어"
전문가 "시장 초기 관리 중요…공시·정보공개 강화해야"
국내에 설정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펀드 대다수가 다른 지수를 추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 금융당국과 달리 국내 감독기관은 관련 규정과 지침이 없어 ESG펀드에 대한 관리·감독 계획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ESG펀드 시장이 초기 형성 단계인 만큼 초반부터 관리·감독에 허술할 경우 향후 이를 정상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액티브 주식형 ESG펀드 16개 가운데 ESG 관련 지수를 벤치마크로 설정한 펀드는 3개에 불과했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좋은기업ESG펀드'는 한국거래소가 집계하는 'KRX ESG 리더스(Leaders)지수'를 비교지수로 삼고 있다.
이어 '한국투자ESG펀드'와 'NH아문디100년기업그린코리아펀드'는 각각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가 국내 ESG기업을 평가해 산출하는 'IMI Screened'와 '유니버설 인덱스(Universal Index)'를 추종한다. 나머지 상품은 모두 코스피지수를 추종하고 있다.
ESG는 지난해 세계적인 투자 대세로 떠올랐다. 미국 금융서비스 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ESG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511억 달러(약 57조3597억원)로 집계됐다. 국내에서도 ESG를 포함한 전체 SRI(사회책임투자) 펀드는 규모가 최근 1년 새 38개에서 51개로 급증했다.
ESG펀드가 담고 있는 종목들도 차별화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국내에 설정된 14개 ESG 펀드는 삼성전자를 평균 21.8%의 비중으로 가장 많이 편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를 주로 담으면서 다른 가치주 펀드들과의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SG 펀드들이 실제 설정 취지에 부합하는 주식을 매입했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관리·감독 방안을 내놨다. SEC는 지난 2019년에도 추천 종목 리스트 등을 체크하면서 ESG 펀드에 대한 점검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당국은 아직 관리·감독 강화에 대한 방침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ESG 관련 지수를 산출하고 있는 거래소는 증권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펀드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현재 편입된 종목에 대한 감시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 펀드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지닌 금융감독원도 마땅한 지침이 없어 검사 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상품의 건전성 감독이나 공시의 공정성, 상품의 판매과정에 대한 부분은 모니터링 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손실구간에 접어든 상품이 없는 데다 ESG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인 만큼 당장 펀드에 대한 감독을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처럼 ESG를 배제한 ESG펀드가 늘어나면서 그린워싱(green washing·위장환경주의)가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투자자금을 대거 유치하는데 유리한 ESG를 간판에 내걸고도 실제 ESG 투자에는 소홀해 실질적인 유동성 공급 역할에 소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혜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ESG펀드 시장에 이 같은 비대칭 문제가 불거지면 자칫 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표준화된 공시체계를 마련하거나 관련 정보를 보다 상세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을 갖춰 ESG 펀드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