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증거금 63조6198억원 유입…58조 카카오게임즈 제치고 사상 최대
삼성證, 하나금투에 균등배정 초과 물량 쏠려…"추첨으로 배정할 예정"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답게 64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증거금을 끌어 모으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일부 증권사에 청약 신청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청약을 하고도 한 주도 손에 쥐지 못하는 투자자가 발생했다. 소액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균등배정제도가 새롭게 도입됐음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중복청약 제도 때문에 대규모 자금이 일시에 쏠렸기 때문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 최종 경쟁률은 335.36대1로 집계됐다. 청약증거금은 총 63조6198억원이 유입됐다. 지난해 청약을 진행했던 카카오게임즈의 58조5543억원을 상회한 역대 증시 최대 증거금이다. 청약을 마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오는 18일 코스피 시장에 공식 상장한다.
증권사별로는 삼성증권이 443.23대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증거금은 4조2042억원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기업공개(IPO)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의 경쟁률은 334.32대1에 그쳤지만 23조4662억원으로 가장 많은 증거금이 몰렸다. 한국투자증권은 371.54대1의 경쟁률과 16조2110억원의 증거금을 기록했다. 미래에셋대우(326.33대1·13조6196억원), 하나금융투자(284.79대1·2조7013억원), SK증권(225.18대1·3조4174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청약을 받기 시작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1시간 만에 26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흥행을 지속했다. 청약 개시 3시간 뒤인 오후 1시에는 50조원이 넘는 증거금이 유입되면서 지난해 31조원을 끌어 모았던 SK바이오팜을 상회했다. 이후 3시간 동안 더 진행된 청약에서 14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더 유입되면서 결국 58조5543억원으로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한 국내 증시 역사상 최대 증거금 기록을 갈아치웠다.
역대급 흥행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청약 투자자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해 불어 닥친 공모주 광풍으로 제기된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균등배정제도로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한 주도 획득하지 못하는 투자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많은 자금이 쏠린 삼성증권에서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하는 투자자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으로 들어온 SK바이오사이언스 청약건수는 39만5290건에 달했다. 삼성증권의 일반 청약 모집물량인 29만1855주의 50%에 해당하는 균등배정 물량 14만5928주를 넘어선 규모다.
이에 삼성증권은 균등배정 물량인 50%를 모든 청약자에게 무작위 추첨 배정한 후 남은 50% 수량을 비례해서 배정할 방침을 내놨다. 20만9594건의 청약건수를 기록한 하나금융투자도 균등청약 물량인 14만5928주에 해당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추첨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원인으로 중복청약을 꼽았다. 지난해와 같이 한 사람이 복수의 증권사에 청약할 수 있는 중복청약이 기존대로 허용되면서 배우자, 자녀, 친척 명의 등을 동원한 투자자가 다수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중복청약이 허용되는 마지막 IPO 사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당국이 중복청약을 금지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하고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 등을 중심으로 불어 닥친 공모주 광풍으로부터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균등배정제도가 중복청약제도와 엇박자를 내면서 일부 투자자가 피해를 입게 됐다"며 "금융당국이 하루 빨리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마련해 투자자에게 균등한 권리를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