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실무협상에 TV토론 기회 적을 전망
오세훈 "협상 타결되기 전에 비전발표회 하자"
'말 잘하는 해설사 아닌 일 잘하는 해결사'
자처하는 안철수 입장서도 마다할 이유 없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야권 단일화에 앞서 공동정책발표회를 가질 전망이다.
오세훈 후보는 10일 오전 서울 명동 상권을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책발표회 제안 사실을 밝혔다. 오 후보는 "토론 횟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텐데 시간상 한계 때문에 그렇게 많이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토론에 앞서 단일화 협상이 타결되기 전에 비전발표회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새로운 제안을 드렸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비전에 대해 양 후보가 소상하게 시민 여러분들께 알리는 기회를 먼저 만들어보자"며 "일단 처음에 그렇게 시작하는 것은 어떨지 의견 접근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비상대책위원·정양석 사무총장과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 등으로 구성된 단일화 실무진은 전날 오후에야 첫 상견례를 가졌다. 오는 18일부터 선관위 후보등록까지 일주일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는데, 아직 토론 횟수·토론 주제·단일화 방식 등 어느 하나 합의된 게 없다.
이 때문에 양 후보 간의 토론 기회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실무진 간의 협상을 서두르더라도 토론 기회는 한 차례 정도에 불과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시간이 부족할 조짐을 보이자 오세훈 후보는 협상 중에라도 먼저 자신과 안철수 후보가 나란히 서울시의 비전과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를 갖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박원순 시정'의 문제점을 노출시킬 수 있어 결과적으로 야권 승리에 기여하게 된다. 또, 쌍방의 정책적 공통점이 부각되면 단일화 이후 후보 뿐만 아니라 지지층까지 옮겨오는 '연착륙'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오세훈 후보의 제안의 배경에는 시장 재직 경력을 바탕으로 비전·정책경쟁에서 우열을 드러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지만, 안철수 후보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관측이다. "말 잘하는 해설사가 아니라 일 잘하는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선 안 후보는 토론보다 정책에 강점이 있다고 자부해왔다.
비전발표회 열린다면 단일화 '시너지' 커질 듯
지금은 '내가 단일후보 적임자' 신경전 단계
김종인 "오세훈 단일후보 확정될 것이라 확신"
안철수 "내가 어떤 상황서도 확실히 이길 후보"
안철수 후보는 이날 서울시청 시민건강국을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비전발표회는 사실 우리가 지속적으로 제안했던 내용"이라며 "오 후보가 흔쾌히 동의해줘서 감사하다"고 역으로 수락했다.
아울러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며 "비전발표회를 통해서 앞으로 서울을 어떻게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인지 시민들께 설명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실무협상이 '적합도' '경쟁력' 등 설문 문항의 기술적인 대목을 놓고 장기화되면 피로감을 줘서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정책발표회가 열리면 시선을 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야권 단일화가 정치공학적 '묻지마 연대'가 아닌 정책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는 단일화라는 것을 호소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는 관측이다.
이처럼 양 후보는 제안과 화답을 주고받는 한편 이날 경쟁적으로 정책행보를 펼치는 과정에서 자신이 단일 후보로 최적격이라는 신경전 또한 이어갔다.
오세훈 후보는 이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명동 상권을 찾아 코로나 창궐에 문재인정권의 정책파탄이 겹치면서 어려움에 빠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상황을 살폈다. 이날 오 후보와 함께 첫 외부 합동 일정을 소화한 김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선거"라며 "누가 들어와야 시민들을 위해 실질적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하면, 야당 단일 후보가 오 후보로 확정될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씀드린다"고 자신했다.
같은날 서울시공무원노조와 시민건강국을 연속 방문한 안철수 후보는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확실하게 이길 후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확실히 이길 수 있는 후보와 그런 가능성이 불안한 후보 중에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고 야권 지지자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