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토론회…야당 후보 때리고 윤석열엔 말 아껴
오세훈 투기 의혹으로 역공…"시민 양해 구했어야"
여권의 '검수완박'엔 "때 이르다, 몰아치면 부작용"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1일 오세훈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해 "마음은 콩밭에 가 있으면서 콩밭이 잘 안 될 거 같으니까 서울시장에 출마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이 주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해 "오세훈·안철수 후보 모두 일장일단이 있고 쉽지 않은 후보"라면서도 "그러나 저는 지난 10년 동안 서울에 몰입했고, 서울의 미래를 위해 준비한 후보라는 확신한 차이가 있다"고 자신했다.
특히 그는 여당에서 제기한 오세훈 후보의 2009년 내곡동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36억 셀프 보상을 받은 것은 확실한 부분이다. 현직 시장이 이렇게 (보상을) 받으면 서울시민의 양해를 사전에 구하거나 스스로 밝혀야 했던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며 "오 후보의 설명을 반드시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LH 사태'로 코너에 몰리자 네거티브 물타기를 시도한다고 강하게 반발, 의혹을 제기한 천준호 민주당 의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국민의힘은 고발을 너무 즐겨하는 당이다. 우리 선거 문화를 그렇게 끌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응수했다.
박 후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울시장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가정적 얘기는 나올 수 있겠지만, 직접적인 원인(영향)이 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윤 전 총장과 관련해 어떻게 어떻게 한다더라 이런 것은 다 '소설'이라고 전해 들었다"면서 "실제로 확인하기도 했다"고 일축했다. 윤 전 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여권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을 목표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추진하는 것에 공개 반발하며 사퇴했다. 여당은 정치검찰이라고 맹비판했는데, 이날 토론회에서는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윤 전 총장이 정권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줬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것 아니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박 후보는 "법사위원장을 지냈던 한 사람으로서 할 말이 많지만 오늘은 생략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생략해야 할 이유가 뭐냐'는 말에는 "서울시장 후보로서 관훈토론회에 나온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전세계 어느 나라도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갖고 검찰 공화국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다. 지금까지 어느 정권도 검찰개혁을 해낸 정권이 없다는 점에서 점수를 드린다"면서도 "개혁을 한꺼번에 몰아치면 기득권의 반발, 제도를 시행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여권 내 '검수완박'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권을 한꺼번에 박탈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때가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LH 수사에서 검찰이 의도적으로 배제됐다는 일각의 지적에는 "검찰이 지금까지 정의롭게 수사하고 당당했다면 공개적으로 이러이러한 역할을 맡겠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검찰총장이 그만뒀기 때문에 차장이라도 얼마든지 건의할 수 있다"며 "그런데 그 누구도 그런 얘기를 못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서 "검찰이 뒤에 숨어있다. (우리 없이) '어떻게 하는지 보자'는 자세로 읽히는데 옳지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LH 사태에 대해선 "공직을 이용한 부당한 이익 취득을 반드시 몰수하고 과거로부터 관행처럼 이어온 고리를 이번 기회에 완전히 절연해야 한다"며 "조사 결과를 살핀 후 당과 대통령께 제 생각을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질론에는 "오늘 발표되는 결과를 보고 장관 한 사람의 경질로 절연할 수 있는 부분인지 이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며 "토지의 매입과 주택 공급 기능이 혼재돼 있는 LH의 기능에 대해서도 좀 더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의 장단점을 평가해달라는 질문도 나왔다. 박 후보는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 "앞서가는 정책을 구현하는 것이 장점인데, 속도감이 너무 빠를 때는 단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에 대해선 "돌봄 영역이 공공영역으로 크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복지체계를 새로 구축하는 부분에서 브랜드를 만드신 것은 잘하셨다. 다만 좀 더 단호해야 하지 않나 하는 부분이 있다"고 평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공직자로서 원인 제공을 했기 때문에 상처의 깊이와 상관없이 이 부분은 충분히 사과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박 후보는 "우리는 코로나 어려움 속에서도 K-방역, K-행정, K-주사기를 만들었고 글로벌 혁신도시 1위로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샀다. 이제 서울은 외국인도 살고 싶은 도시가 됐다"면서 "이런 서울의 자부심을 이어가야 한다. 위기가 왔을 때 바람이 불면 풍차를 세워 에너지로 만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