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뉴욕 증시 상장으로 5조원 조달, 풀필먼트센터‧고용 등 투자
네이버, CJ대한통운‧CU 이어 이마트와도 협력 추진
개별 투자 보다 효율적…유통가 재편작업 가속화 전망
쿠팡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계기로 국내 유통업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쿠팡이 자체 물류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반면 네이버는 각 업계 1등 업체와의 동맹을 통해 반 쿠팡 전선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이들과 함께 3강에 포함된 이베이코리아는 매각작업을 본격화하며 새로운 주인 찾기에 나선 상황이다.
쿠팡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주식 공모가는 35달러로 공모가 기준 쿠팡의 기업가치는 630억달러(약 71조8263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상장으로 쿠팡이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쿠팡은 오는 2025년까지 배송인력, 엔지니어 등 5만명을 신규 고용하고 전국 7개 지역에 풀필먼트 센터를 신설할 계획이다.
현재 전국 170여개 물류센터를 운영 중인 쿠팡은 추가적인 물류 투자를 통해 ‘10㎞ 이내’ 배송율 100%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쿠팡의 대대적인 투자 예고에 국내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최근 전략적 협력을 잇따라 추진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는 네이버는 1등 업체 간 동맹을 통해 쿠팡의 대항마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플랫폼 1위 네이버는 작년 물류업계 1위 CJ대한통운에 이어 올 들어 편의점 1위 CU와 손을 잡았다. 최근에는 대형마트 1위 이마트와 전략적 협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자체 물류 인프라를 확대한다면 네이버는 동맹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키워가는 셈이다.
CJ대한통운과의 협력을 통해 풀필먼트 센터와 전국을 커버할 수 있는 배송망을 보완했고, CU를 통해서는 전국 방방곡곡 오프라인 유통망을 손에 넣었다. 전국 CU 매장은 1만5000곳에 달한다.
이마트와의 협력을 통해서는 신선식품 등 최근 힘을 주기 시작한 장보기 서비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상품 소싱부터 유통, 배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온라인 유통과정을 아우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앞서 네이버는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홈플러스, GS프레시몰, 현대백화점 등과도 손을 잡았다.
업계에서는 쿠팡이라는 대형 경쟁자가 급부상하면서 각 업계 1등간 동맹 체제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충족시키고 그 안에서 한 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십년간 지켜온 1등 자존심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를 포함해 CJ대한통운과 CU, 이마트 등 각 업계 1위 업체들은 작년 말부터 올 3월까지 몇 달 사이 힘을 한 데 모으기로 결정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1위 업체가 다른 업체를 인수합병 하거나 하위 업체들 간 인수합병이 주로 일어났다면 최근에는 1위 업체끼리 손을 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대형 유통기업들의 경우 온라인으로 한 번에 체질 전환이 어렵고 온라인에 기반을 둔 업체들도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에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각자 투자하는 것보다 손을 잡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작년 코로나에 이어 올해는 쿠팡이 메기효과로 작용하면서 유통업계 재편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