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을서 맞붙었던 고민정 내세워 집중공격
8~14일 오세훈 공격 6회, 안철수는 1회
본선 오세훈 점찍고 ‘밴드왜건 효과’ 노렸나
LH 사태로 민심 지각변동…전략변화 예상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측의 주요 공격 대상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였다. 21대 총선 서울 광진구을에서 오 후보를 상대로 승리했던 고민정 의원을 대변인에 임명한 것이 대표적인 방증이다.
실제 고 의원이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캠프 명의로 낸 7개의 논평 중 6개가 오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였고, 나머지 한 개는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같은 기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비판한 논평은 1개였고, 그것마저도 안 후보와 오 후보의 서울시 공동운영을 싸잡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박 후보 측은 "특별한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선 오 후보를 본선 상대로 점찍어 두고 '밴드왜건 효과'(편승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와 반론으로 대립각을 세우면, 여론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오 후보는 야권 지지층에 각인을 시킬 수 있고, 안 후보와의 단일화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밟게 된다는 것이다.
오 후보를 '쉬운 상대'로 판단한 근거는 중도 확장력에 있다. 그간 복수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오 후보 보다 본선 경쟁력이 소폭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중도층 표심의 영향이 있었다. 박 후보 입장에서 중도층 표심을 놓고 경쟁하기에 오 후보가 낫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오 후보의 지지율이 오를 경우, 안 후보와의 힘겨루기로 야권 단일화가 어려워질 것을 노렸다는 얘기도 있다.
물론, 순수하게 오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정반대의 분석도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재보선은 투표율이 낮아 조직표가 중요한데, 안 후보로 단일화됐을 때 국민의힘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줄지 의문"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안 후보를 상대하는 것이 더 편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이 같은 전략은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다. TV조선 의뢰로 칸타코리아가 13일 서울시민 8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가상 양자대결에서 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큰 격차로 박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후보 46.5%, 박 후보 34.2%로 12.3%p 차이였고, 안 후보도 45.2%로 박 후보(33.8%)를 11.4%p 격차로 따돌렸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박 후보 측 전략의 변화 가능성도 엿보인다. 황방열 부대변인은 이날 "일반 시민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며 안 후보의 '검찰의 LH 수사 촉구 청와대 국민청원'을 비판하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또한 박 후보는 기존 고 대변인 단독 체제에서 박성준 의원, 허영 의원, 김한규 민주당 법률대변인을 추가해 4인 대변인 체제로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국민의힘 후보가 비호감도가 높으니 박 후보 입장에서 오 후보를 상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면서도 "그것은 LH 사태가 커지기 이전의 상황이다. 만약 이후에도 같은 판단을 내리고 있다면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