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농협 이어 우리도 검토...하나•국민 ‘관망’
채권금리↑ 경기회복 등 금리 인상 가능성 높아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시중 은행들의 신용•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들썩거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1%p만 올라도 전체 가계가 내야 할 이자는 12조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족들의 가계 대출 부담 급증은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과 NH농협은행에 이어 우리은행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 인상을 내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5일 금리와 전세자금의 우대 금리를 0.2%p씩 낮췄다. 농협은행도 뒤이어 가계 주담대 우대금리를 연 0.3%포인트 내렸다. 농협은 각각 신규대출자에게 제공하던 우대금리 연 0.2%p를 없애고, 단기변동금리형 주담대 선택시 적용하던 우대금리 0.1%p를 내렸다.
현재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2.61~3.68% 수준(1등급. 1년. 지난 11일 기준)이다. 지난해 7월말보다 최대 0.62% 높아졌다. 주담대 금리는 연 2.52∼4.04% 수준으로 같은기간 최저금리가 0.27%p 올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채권금리 상승에 따라 내부적으로 금리 상승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은 결정된 것이 없으나, 다른 은행들도 자금조달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5대 은행중 신한 농협에 이어 우리은행까지 금리 인상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중은행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현재까진 주요 은행은 시장과 타행의 동향을 살피면서 관망중이다.
금융권은 경기회복과 물가 반등으로 시장금리도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언제든 주담대 금리를 인상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신용대출 지표금리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해 7월 말 0.761%에서 11일 기준 0.885%까지 높아졌으며, 주담대 변동 금리시 영향을 주는 코픽스(COFIX)도 올랐다. 지난 2월 적용된 코픽스는 0.86%(1월 기준)로 지난해 7월 0.81%에서 0.05%p 상승했다.
가계대출도 빠른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2월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0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988조9000억원)보다 100조5000억원 증가한 것이다. 2004년 통계집계 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각각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733조3000억원이고,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 잔액은 268조9000억원을 차지했다.
가계대출 규모가 매섭게 커지는 가운데, 금리상승이 취약계층에 미치는 여파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이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 대출(주담대·신용대출 등) 금리가 1%p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소득 상위 20%를 뺀 저소득층과 중산층에은 6조6000억원을 이자로 내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는 국채와 은행채도 오름세를 나타내는 만큼 대출 금리 인상 도미노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아직까지 일부 은행들은 주택 관련 대출 수요를 충분히 조절 가능하다는 판단에 시장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에 대한 금리 인상은 없었으며, 현재까지 대출금리 인상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