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 도입사례와 한국에의 시사점 세미나
"국내서 법안 통과시 소송비용 최대 6배 이상 증가"
국내 도입이 예정된 집단소송제가 소송비용만 키우는 등 부작용이 커 입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미국 상공회의소 법률개혁원, 한불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집단소송제 도입사례와 한국에의 시사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국내 도입 추진에 맞춰 집단소송제도 도입의 원조격인 미국의 사례로부터 시사점을 얻기 위해 마련됐다. 입법 이전에 선진국 사례의 정확한 연구, 다양한 국내외 경제주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청취를 통해 신중한 입법영향평가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법안의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 법안 도입 시 최대 10조원의 소송비용이 우리나라 경제에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국내 법안은 영업비밀 제출 의무 부과 등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요건들도 추가됐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과 해롤드 킴 미국 상의 법률개혁원(US Chamber Institute for Legal Reform) 대표를 비롯해 다비드-피에르 잘리콩 한불상의 회장,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Korea) 회장 등 국내 경제계 대표 인사들이 참석해 경제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고 세계 제일의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도록 경제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기를 호소했다.
권태신 부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집단소송·징벌적손해배상제도 입법화에 대해 “우리 경제에 천문학적인 불필요한 소송비용을 짐 지우고 기업은 법적 판단에 상관없이 여론재판에 내몰려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 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적대적인 기업환경을 조성하고 이미 많은 허점을 노출한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면 국내 기업환경이 악화돼 한국 투자 기피와 기업 해외탈출 현실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해롤드 킴 대표도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집단소송은 집단소송=소송남소와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집단소송법의 폐해가 한국에서 반복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비드-피에르 잘리콩 회장은 "프랑스에서는 집단 소송과 관련된 법적 틀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며 "집단 소송은 소비자를 대신해 대표성이 있는 일부 비정부기구에 의해서만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해배상의 경우, 물질적 피해로 인한 소비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코로나19 회복을 위해 전력질주해야 하는 시점에 계속되는 규제입법으로 성장 잠재력 훼손, 기업가정신 위축이 우려된다”며 “많은 중소기업이 반대하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68.6%가 집단소송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집단소송제 운용 사례에 대한 발제를 맡은 스캐든의 존 베이즈너 변호사는 미국 집단소송법안 작성에 참여했지만 현재는 기업 피해 구제를 위해 활동하는 경험을 살려 한국의 집단소송제 도입을 반대했다.
그는 집단소송제가 대표원고와 소송대리인을 제외한 소비자 집단에 돌아가는 보상은 실제로 적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집단소송 합의금으로 변호사는 평균 100만 달러의 이익을 누렸지만 소비자에게 돌아간 이익은 32달러에 불과했다. 합의로 소송대리인 배만 불렸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베이즈너 변호사는 또 "집단소송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행위를 제어하는 데는 실효가 없었다"면서 "원고 측이 피해가 없는 나머지 소비자까지 대변해 소송 규모를 키웠고 소송당사자가 아닌 제삼자가 소송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문제가 컸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시내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의 입법 동향에 대해 공유했고, 김재정 김앤장 미국 변호사와 이준 한불상의 부회장, 셰볼 드 카조트 미국 상의 법률개혁원 부대표가 법안의 독소조항과 기업 영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주요 선진국에서도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집단소송제·징벌적손배제도를 도입했지만 부작용이 커 회의론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오히려 남소조항 폐지 등 안전장치도 완화한 채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