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양쪽 뺨 모두에 멍…문틀에 부딪힌 상처로 보기 어려워"
보육교사 "절대 때리지 않았다, 명확히 설명 못해 답답" 혐의 부인
어린이집 원아의 뺨을 때린 아동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육교사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5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1-2부(부장판사 김지철)는 보육교사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회봉사 120시간 아동관련 기관 취업제한 3년 등도 명령했다.
앞서 A씨는 2019년 5월 자신이 근무하는 어린이집 원아 뺨을 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며 검찰은 A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한 바 있다.
목격자는 없었지만 부모가 아이 뺨의 상처를 아이에게 묻는 과정에서 아이가 대답 대신 자신의 뺨을 때리는 시늉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만 2세 아동 얼굴을 때려 폭행한 범죄는 중하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들면서 범행을 부인할 뿐 피해 아동의 부모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아 부모가 지속적으로 엄벌을 탄원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 아동 얼굴에 난 상처가 피고인이 피해 아동을 CCTV 영상 속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인 화장실 쪽으로 가는 동안 발생한 건 다툼의 여지가 없다"며 "피고인이 피해 아동은 화장실 문턱에 부딪혔다고 말하지만 피해 아동 양쪽 뺨 모두에 멍이 생겼는데 이런 상처는 문틀에 부딪혀서 생긴 상처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이후 피고인이 4차례에 걸쳐 피해 아동 얼굴에 연고를 바르는 등의 장면이 보인다. 아동이 혼자서 놀다가 다친 경우라면 상처를 살핀 후 약을 발라주거나 상처가 심하다면 부모에게 알려야 하는데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계속 피해 아동의 얼굴을 신경 쓰며 약을 발라주는 행동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육교사 측은 다른 아동들이 피해 아동이 문턱에 부딪혔다고 말하고, 피해 아동이 빙글빙글 돌다가 부딪혔다고 말한 점을 무죄 증거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는 부모들이 아동에게 '어떻게 부딪혔냐', '빙글빙글 돌다 부딪혔냐' 등 반복 질문에 아동이 문으로 달려가 얼굴을 갖다대는 시늉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아동의 재현 행동은 은연 중 어른들로부터 유도되거나 주입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경찰이 사건 발생 후 CCTV를 확보해서 피고인의 다른 학대 상황을 조사했으나 이 범행 이외엔 다른 정황 찾지 못한 점, 피고인이 평소 아동들을 대하는 태도,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를 비춰보면 범행이 우발적으로 발생해 일회성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하면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실형을 선고하는 건 가혹하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절대 때린 것이 아니다. 증거가 CCTV 영상 밖에 없어서 제가 때리지 않았다고 명확히 설명을 못하는 점이 답답할 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