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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첨 당첨자만 여의도 벚꽃 즐긴다…시민들 "이제는 하다하다 벚꽃 청약으로 편 가르나?"


입력 2021.03.30 05:00 수정 2021.03.30 08:06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박원순, 백기완 장례식에는 수백명의 인파가 운집했는데…광화문집회도 추첨으로 하라"

"누구는 벚꽃 축제 구경, 누구는 벚꽃 구경하는 사람들 구경"

"다 못 보거나 다 볼 수 있는 기계적 공정이 차라리 낫다…모두가 봄을 누릴 수 있게 해 달라"

전문가들 "마스크 쓰고 거리두기 유지하고 음식물 섭취만 안 하면 큰 문제 없어"

활짝핀 여의도 벚꽃, 여의도 벚꽃길 전면통제는 4월 1일부터 시작ⓒ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올해 여의도 벚꽃축제가 추첨에서 당첨된 일부 시민들만 참가할 수 있도록 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벚꽃 개화 기간 국회의사당 뒤편 여의서로 봄꽃길 1.7km를 통제한다면서, 특히 내달 5∼11일 여의도 벚꽃길 입장 인원을 제한하겠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통제 구간에서는 추첨에서 뽑힌 3500여명만 벚꽃 관람이 가능하다. 벚꽃 관람은 4월 5일부터 11일까지 7일간 진행되며, 하루 총 504명이 입장할 수 있다. 한 회차당 행사 관계자를 제외하면 72명씩 입장하게 된다.


추첨에서 뽑힌 사람은 1인당 최대 3명의 동반인과 벚꽃 관람을 할 수 있다. 다만 입장권 판매·양도는 불가능하다. 신청자뿐만 아니라 동반자 정보도 미리 받으며 본인 신분 확인을 거쳐야 입장할 수 있다. 사전 신청 기간은 내달 1∼2일, 5∼6일, 7∼8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당첨 결과는 신청 일자 하루 뒤인 내달 3일, 7일, 9일에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영등포구

하지만 시민들은 영등포구의 이런 조치에 '선택적 거리두기'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직장인 정모(34)씨는 "서울 여의도 더 현대 백화점 갔는데 인원이 1000명은 넘어 보였다"며 "실내인 백화점, 마트 등에는 엄청난 인파가 북적여도 되고, 벚꽃축제는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고 참여하는 데도 당첨이 돼야 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모(60)씨는 "故박원순, 故백기완 장례식은 야외서 수백명의 인원이 밀집했다"며 "협조하고 싶어도 '편 가르기' 방역처럼 느껴져 불만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첨 방식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박모(29)씨는 "다 못 보거나 다 볼 수 있도록 하는 기계적 공정이 차라리 낫다"며 "추첨해서 선택된 극소수만 꽃놀이를 누리라는 것인데, 추첨이 그렇게 공정하다고 생각되면, 광화문 집회나 지하철 탑승도 추첨으로 하면 되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직장인 안모(28)씨는 "이제는 하다하다 벚꽃 청약까지 나왔다"며 "누구는 벚꽃 축제 전세 내고 구경하고, 누구는 벚꽃 구경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게 되면 정말 엄청난 박탈감이 들 것"이라며 분노했다.


추첨제 방식에서 자유 입장으로 아예 바꿔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직장인 이모(31)씨는 "벚꽃 축제에서 밀집되더라도 다른 사람 나오는 벚꽃 사진 찍기 싫어서라도 알아서 거리두기를 할 것"이라며 "추첨 방식이 아니라 제주도처럼 입장객들 발열체크하고 마스크 착용하면 자유롭게 입장하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최모(30)씨는 "음식 섭취가 문제가 될 수 있으면 어묵, 꼬치 등 노점상 판매를 막는 방식으로 규제하면 되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가 봄을 누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의도 벚꽃길 스케치ⓒ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실제로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지키면 감염 위험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실외의 경우 자외선에 의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부분 생존을 할 수 없다"며 "외부에서 반드시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가까운 거리에선 마스크를 착용하고 얼굴을 마주하게 되면 야외에서는 큰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음식을 먹을 경우에는 감염 위험이 있는 만큼 야외라고 해서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실내의 좁은 공간에서 오래 머물면 비말이 3시간까지도 떠 있을 수 있어 마스크를 안 쓰면 감염될 위험이 크다"며 "이와 달리 야외에서는 비말이 한 군데 떠 있지 않아 이론적으로 야외에서 2m 정도 간격만 지키면 마스크를 벗어도 비말 감염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서로 같은 물건을 쓰다 손 위생이 좋지 않을 경우는 감염될 수 있으니 위생에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영등포구청 측은 벚꽃구경 추첨제 비판에 대해 "재작년 여의도 벚꽃 축제에 500만 명의 상춘객이 몰린 만큼 혹여나 이번 벚꽃 축제에도 대규모 인원이 밀집해 확진자가 나올까 노심초사하다 고민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무작위로 전산 추첨하는 부분을 녹화해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구청 측은 이와 함께 "주말에도 여의도 더 현대 백화점에 인력을 투입해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는지 현장에서 계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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