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회장 "각종 규제로 기업인 절망감 깊어져" 강력 반발
"무조건 규제하지 말라고 막는 것 옳지 않다"던 최태원 회장과 상반
경총, 조직개편 계기로 종합경제단체로서의 위상 확대 노려
대한상공회의소가 재계의 기업 규제 반발 대열에서 이탈할 움직임을 보인 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규제개혁 전담 조직을 새로 만드는 등 더욱 적극적인 규제 대응에 나설 의지를 나타내면서 두 경제단체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경총이 기존 노무관련 사안 중심에서 벗어나 종합경제단체로의 역할 확대를 꾀하면서 향후 규제대응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일 규제개혁팀과 임금·HR정책팀을 신설하고 일부 부서의 역할을 조정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종합경제단체로서의 위상을 구축하고, 기업활동 전반의 이슈에 대해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는 게 경총 측의 설명이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관심을 끄는 변화는 ‘규제개혁팀’ 신설이다. 과거 노사 관련 사안에서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던 전문 경제단체의 한계를 벗어나 정부·정치권을 상대로 기업규제와 관련된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대한상의가 최태원 회장 취임 이후 정부의 기업규제와 관련된 사안에서 정면대응을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과 상반된 행보다.
최 회장은 취임 첫 날인 지난 29일 중구 상의회관에서 진행된 타운홀 미팅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규제가 자꾸 생기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저변에 있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그 이유가 재고되거나 다른 방법으로 소화돼야 하는데 그 활동이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규제하지 말라고 막는 것은 효과적이지도 않고 올바르게 보이지도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왜 자꾸 기업이 규제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 소통을 통해 그 문제에 관해 오해가 있었다면 풀고, 문제인 게 맞다면 반영해서 저희(기업들의) 행동을 고쳐야 한다”면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상공인의 날 기념식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환담에서도 최 회장은 규제개혁과 관련된 요구사항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 대통령이 참모진들에게 “기업이 요구하는 규제혁신 문제에 대해 소통을 활발히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물론 전임 박용만 회장 시절부터 해온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신사업 진출 기회 확보 노력은 계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재계가 우려해온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법 등 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와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대한상의가 이 역할에서 발을 뺀다면 경총의 역할이 막중해질 수밖에 없다. 과거 대기업들을 대표했던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정농단 사태와 엮여 주요 대기업들이 탈퇴하며 힘이 빠진 상태다.
경총이 이번에 규제개혁팀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으로 종합경제단체로의 위상 확대에 나선 것도 이런 책임의식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최태원 회장과는 달리 앞으로도 기업 규제에 대응해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손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경총 주최로 열린 ‘한국의 반기업정서, 원인진단과 개선방안 심포지엄’에서 개회사를 통해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사회적 어려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기업 부담을 주는 정책들이 무차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그 주요 원인으로 ‘반기업정서’를 지목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상법, 공정거래법, 노조법을 시작으로 올해 1월에는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입법화되면서 기업인들의 절망감은 더욱 깊어져 가고 있다”면서 “이러한 기업 규제적 입법 강행의 원인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반기업정서’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기업의 잘못된 관행과 일탈은 통렬히 반성하고 고쳐나가되,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기업에 대한 그릇된 오해와 편견도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한상의가 기업 규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지는 않겠지만 전임 박용만 회장 때처럼 수시로 국회를 방문하며 규제입법 중단을 호소하던 모습을 앞으로는 기대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면서 “규제 관련 대응은 경총을 중심으로 다른 경제단체들이 힘을 모으는 구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