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021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농산물·국제유가 상승으로 큰 폭 상승 보여
‘인플레이션’ 우려에 정부 “가능성 제한적”
3월 소비자물가 전년동월대비 1.5% 오르면서 14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16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대비 0.1% 상승했고, 전년과 비교하면 1.5%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0월(0.1%), 11월(0.6%), 12월(0.5%), 올해 1월(0.6%)까지 0%대에 머무르다 2월(1.1%), 3월(1.5%) 두 달 연속 1%대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작황 부진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이 겹치며 농·축·수산물 가격이 두 자릿수 상승한 점을 요인으로 꼽았다. 지속적인 유가 상승도 원인이다. 다만 지난달에는 명절 이후 수요 감소 등으로 오름세가 다소 둔화했다.
파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세 배 이상(305.8%) 올랐다. 사과(55.3%), 달걀(39.6%), 고춧가루(34.4%)도 대폭 상승했다. 반면 양배추(-22.2%), 무(-12.6%), 당근(-12.3%) 등은 내렸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6.5% 올랐다. 채소(18.9%)와 과일(24.0%)이 큰 폭으로 올랐다. 농축수산물 전체로는 지난해 보다 13.7% 상승했다.
공업제품은 출고가 인상과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가공식품과 석유류 가격 등이 오르면서 0.7% 오름세로 전환했다. 전년동월대비 식료품과 비주류음료는 8.4%, 교통비는 2% 상승했으며, 음식·숙박 1.4%, 기타 상품·서비스도 1.8%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지난 달 대비 0.3%, 지난해 대비 1.5% 올랐다. 식품은 전년동월 비교 5% 상승했다. 파, 사과, 국산 소고기, 달걀 등의 상승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식품 외는 0.5% 내렸다. 고등학교 납입금, 도시가스, 학교 급식비 등이 하락 원인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수산물 가격이 작년 작황부진과 AI 등으로 두 자릿수 상승했다”며 “대면서비스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가격도 오르며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정부 “지금은 괜찮지만, 물가 상승 요인 남아”
소비자물가가 1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정부가 재정 확장 정책을 지속하기로 한 만큼 인플레이션 상황을 미리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시장이 우려하는 인플레이션은 현재보다는 향후 몇 개월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과도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백신 접종 확대와 더불어 그동안 부진했던 서비스업 등의 경기 개선과 현재 배럴당 60달러 내외 국제 유가가 물가상승 압력을 높일 것”이라며 “현재 국제 유가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0%를 상회하는 것으로 연료 및 화학제품, 운송 등의 물가에 상당한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요인뿐만 아니라 최근 2조2500억 달러 규모 재정 인프라를 예고한 미국 정부 정책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의견이 엇갈리긴 하지만 미국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인플레이션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속속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아직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제3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겸 제10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에서 당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중앙은행이 설정한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상회하는 급격한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수급 안정 노력과 조류인플루엔자 안정세 진입, 수확기가 다가오는 농작물의 계절적 특성 등을 고려할 때 농축산물 가격은 점차 안정화할 것”이라며 “코로나19 불확실성이 여전히 지속하는 가운데 본격적 수요회복이 얼마나 물가상승을 견인할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휘발유 가격 오름폭이 확대되고, 국제 곡물 가격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어 가공식품과 사료 가격 등에 추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