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자 사업 철수 결단...비주력·비핵심 과감히 정리
선택과 집중 전략 강화...그룹 차원 사업 재편 속도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스마트폰 사업 철수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은 그의 선택과 집중의 결정판이라는 평가다. 지난 2018년 취임 이후 지속돼 온 과감한 실용주의 경영 노선이 올해 취임 4년 차를 맞아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과감한 실용주의 노선이 반영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만성 적자가 지속 중인 스마트폰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제 2의 도약을 꾀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LG전자는 이날 오전 이사회에서 오는 7월 31일자로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회사측은 이날 이사회 개최 후 발표된 자료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미래 준비를 강화하기 위해 휴대폰 사업을 종료한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부 자원을 효율화하고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준비를 가속화해 사업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하는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사업본부는 지난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2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누적 손실만 약 5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향후 개선도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돼 왔다.
이에 구광모 회장이 결국 사업 철수라는 칼을 빼든 것이라는 분석이다. 취임 이후 그동안 계열사들의 비주력·비핵심 사업들을 과감히 매각해 온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사업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하에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6월 부친인 고 구본무 전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총수 지위에 오른 뒤 실용주의 경영 노선에 기반해 선택과 집중의 기조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적자를 내는 사업들을 과감하게 정리하면서 미래 성장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재편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취임 만 3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LG화학의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사업을 중국 업체에 매각한 것을 비롯, LG전자의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하고 수처리사업을 정리했고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 사업도 스타트업(신생벤처)에 매각했다.
LG전자 스마트폰이 가전과 TV와 함께 3대 핵심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과감한 결정이기는 하지만 그의 이러한 실용주의 경영 노선을 감안하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공식화되면서 구 회장의 실용주의 노선 하에 선택과 집중 기조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미 그동안 기존 가전과 화학 등 주력 사업 외에 전장·로봇·인공지능(AI)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해 왔는데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사업 중심 사업구조 재편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를통해 성장성이 높은 사업들을 중심으로 한 사업 재편이 더욱 가속화되면서 주력 핵심 사업들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가 최근 세계 3위의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함께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으로 설립, 오는 7월 출범하는 LG마그나도 전장부품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LG는 앞서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부품(LG전자·LG이노텍)·차량용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전장솔루션들을 갖춰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를 갖춘 상태다.
로봇사업도 지난 2018년 말 여러 조직에 흩어져 있던 로봇 관련 부서를 통합해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로봇사업센터’를 신설하는 등 지속적인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을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부로 이관해 LG전자 5대 주력 사업(H&A·HE·MC·VS·BS) 군에 편입시키며 미래 성장동력임을 분명히 했다.
인공지능(AI)도 올 초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유플러스·LG CNS 등 16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전담 조직인 'LG AI 연구원(LG AI Research)'을 출범시키는 등 AI를 그룹 차원의 신사업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LG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올해 취임 4년차를 맞은 구광모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과 실용주의 경영 노선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추가적인 비주력 사업 매각과 함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이 병행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업 철수라는 과감한 결단도 4세 경영자인 구광모 회장이 선대 회장들과 확연히 다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그가 앞으로 보여줄 변화와 혁신, 차별화 행보가 그룹의 미래를 어떻게 변모시킬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