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금지·허용 양극단 오가는 재건축 정책 안돼
집값 상승 최소화 위해 ‘시기’, ‘순서’ 무엇보다 중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 숨죽이고 있던 서울 아파트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현 상황에서 재건축 문제는 그 누구도 속 시원한 해법을 내릴 수 없는 딜레마를 갖고 있다. 규제를 하면 공급 부족이 생기고, 규제를 풀면 집값이 오른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주택공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단기적인 시장 불안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재건축은 언젠가는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공급부족 문제뿐 아니라 노후도가 심한 단지의 안전문제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재건축 금지’ 나 오세훈 시장의 ‘재건축 전면 허용’과 같이 양극단을 오가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1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의 재건축·재개발 등 규제 완화가 집값을 자극하지 않도록 관련 정책을 신중히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오 시장의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으로 최근 강남·여의도·목동 등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 집값이 요동치자, 잠시 숨을 고르자는 차원의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재건축 규제 완화가 집값 상승을 가져오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오 시장의 재건축 정책 방향성은 맞다고 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동향브리핑에서는 “민간 중심의 정비사업 활성화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시장의 단기적 시장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급확대라는 정책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차를 감내하고 안정적 공급시스템 구축과 장기적인 가격 안정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단기적 가격 불안을 감내할 수 있는 정부와 시민의 인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재건축은 안전문제 때문이라도 언젠가는 꼭 풀어야 하지만, 집값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기’와 ‘순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의 경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나 오세훈 현 시장처럼 극단적으로 정책이 왔다갔다 해서는 안된다”며 “가장 노후도가 심한 곳을 위주로 차근차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건축이 생각만큼 서울 전체 집값을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 불안감, 지난해 가격 급등 피로감, 세금 부담 확대라는 주택시장 리스크와 함께 장기간이 소요되는 정비사업 특성을 고려하면 전반적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또한 고가 강남 재건축 단지와 일반적인 서울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수요층이 겹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남 재건축 단지 집값이 올라도 일반적인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에 크게 영향이 미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편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는 듯한 분위기로 흐르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강남구청장 역시 오 시장의 정책에 긍정 평가를 내렸다. 강남구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재건축 이슈가 예민한 지역이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지난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강남구청장으로서 오 시장의 규제완화 방침은 일단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재건축을 다 풀어버리면 부동산 시장 전체에 여파가 있지 않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정 구청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며 “강남구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재건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압구정과 은마아파트는 지은 지 40년 넘어 수도꼭지에서 녹물이 나오는 등 주거환경이 말이 아니다”라며 “집값 억제도 좋지만 주민들의 주거복지 해결을 위해서도 이제는 이들 아파트에 대한 재건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