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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민-관 협력으로 위기 돌파구 마련하나


입력 2021.04.16 06:00 수정 2021.04.15 20:53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자급론 대두 속 패권 경쟁...국내 기업 운신 폭 축소

美 투자 요구에 인텔·TSMC 호응...고심 깊은 삼성

정부 적극 지원 천명...전략·방안 관심 속 속도 주목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반도체가 차량용을 시작으로 IT·전자용까지 품귀현상이 빚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소용돌이가 치고 있다.


전 세계 각국에서 자급론이 대두되고 미국과 중국간 반도체 패권주의 경쟁이 부상하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운신 폭 축소 우려가 커지면서 대응력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가 반도체 경쟁력 향상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 강화를 천명하면서 정부와 민간간 유기적 협력을 통한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각국이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국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도 대응을 본격화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올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경제 회복에 나서야 하는 전 세계 각국은 반도체를 핵심 안보 자원으로 삼고 자급론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국내외 반도체업체들의 현지 생산시설 등 투자 압박을 본격화할 태세다.


미국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백악관 주재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온라인 화상 방식의 '반도체 대책 회의'를 개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날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가 국가 주요 인프라 중 하나라며 적극적인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복원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화상 회의에 참석해 실리콘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뉴시스/AP

이에 자국기업인 인텔은 회의에 참석한 팻 갤싱어 최고경영자(CEO)가 정부에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의 자동차 공장 가동을 위해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전달하며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타이완의 TSMC도 이 회의 이후 중국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설계 업체인 페이텅과의 거래 관계를 끊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기업들의 고도의 정치력 발휘가 나타날 조짐도 보이고 있다.


TSMC는 지난해 5월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약 13조5000억원)를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공장 2곳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최근 미국 애리조나공장에 파견할 인력 1000명을 선발하는 작업에 착수하는 등 미국 현지 생산시설 가동을 위한 행보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올 상반기 중으로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추가 투자 계획을 놓고 고심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대응력 향상을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 美·中 적극 투자 행보에 정부 “반도체 공급망 우리가 주도”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은 이미 반도체를 국가 핵심 안보 자원으로 삼고 적극적인 투자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이 중 500억 달러(약 56조원)를 반도체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반도체 공급망을 점검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로 미국 의회는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앞서 미 의회는 지난해 대대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반도체 업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총 220억달러(약 24조6400억원) 지원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반도체 지원법 ‘칩스 포 아메리카 액트(CHIPS for America Act)'를 제정했다.


이 법에는 오는 2024년까지 반도체 제조설비 관련 투자 비용의 40%를 세액공제 해주는 것을 비롯, 미국 내 반도체 제조설비 건설에 대한 연방 지원금 제공(100억달러·약 11조2000억원) 지원, 반도체 연구개발(R&D) 비용 지원(120억달러·약 13조4400억원) 및 연구단지 조성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유럽연합(EU)도 반도체 산업 육성에 500억 유로(약 67조원)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중국은 15년 이상 기업 중 28나노 이하 공정을 도입한 기업에 법인세를 면제해 주는 계획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정부도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1위 경쟁력 유지와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해 다각도의 지원 정책과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반도체 산업은 우리 경제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 핵심 국가전략 산업“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우리가 계속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1위를 지키고 격차를 벌리기 위한 다각도의 지원 방안을 수립하겠다"며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강력히 지원하겠다"고 말하는 등 적극적이고 강력한 지원 의지를 천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회의에서 오는 6월 내로 'K-반도체 벨트 전략'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여기에는 용인 클러스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화단지 등 핵심 밸류체인(가치사슬)별로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에서 취약부분을 적극 보완하고 이를 통해 공급망의 짜임새와 균형감을 동시에 높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또 기업이 반도체 생산 능력을 적기에 확충할 수 있도록 투자 지원 및 규제 해소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국가 차원에서 기술·경제적 가치가 높은 핵심기술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과 금융·기반 시설 지원 확대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반도체산업협회 회장단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

◆ 업계 “정부의 강력한 의지 환영...정책·지원 속도전 필요”


반도체업계에서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천명과 정부의 지원 방안에 환영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의 대응이 다소 늦은감이 없진 않지만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에 그동안의 우려가 기대로 바뀌는 양상이다.


아직 관련 세부 정책과 지원 방안 등이 발표되지 않은 만큼 우려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대를 걸어봐야 하지 않겠냐는 분위기로 조속한 지원책 마련과 속도감 있는 실행을 요구하는 모습이다.


반도체업계는 지난 9일 진행된 산업부와의 간담회에서 현재 3%에 불과한 연구개발(R&D) 및 제조설비 투자비용 관련 세액 공제를 최대 50%까지 확대하고 민·관 공동투자를 통한 기술개발 및 석·박사급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운영 등을 요청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뒤늦게나마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약속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 “지속 가능한 정책과 지원이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업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수립해줄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가 경제 이슈를 넘어 정치 이슈화된 상황이어서 정부로서는 미국·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해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정부가 업계와 수시로 소통하면서 상호 적극적인 협력이 이뤄져야만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이정배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회장(삼성전자 사장)은 “정부와 기업이 지혜를 모으면 상황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이러한 업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M16 전경.ⓒSK하이닉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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