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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고독하지만 걸어나가야 할 '아버지의 길'


입력 2021.05.02 17:03 수정 2021.05.02 17:04        데일리안 (전주)=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고란 보그단 주연


가난은 아이들에게 일종의 폭력이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게 물질적 풍요일까. 그보다 우선시 되는 건 부모의 진심어린 보살핌이라고 '아버지의 길'은 120분 동안 말한다.


세르비아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아버지 니콜라(고란 보그단)와 아이들. 아내는 가난을 견디다 못해 분신자살을 시도하고, 사회복지과는 극심한 빈곤을 이유로 아이들의 양육권을 가지려 한다. 세르비아의 권력층으로 묘사되는 사회복지센터는 나라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 아이들의 양육권을 가져가며 아버지 니콜라의 희망을 번번히 꺼뜨린다.


니콜라는 사회복지센터장과 말이 통하지 않자 수도인 베오그라드에 있는 정부로 향한다. 일용노동자인 니콜라는 교통비마저 녹록치 않아 300km를 5일 동안 걷기로 한다. 영화는 한 인간이 정의에 맞서는 거대한 정의같은 것이 아닌, 아이들을 되찾으려는 아버지의 일념 하나를 비추는 로드 무비다.


니콜라는 수도까지 걸어가며 다양한 인간들과 마주친다. 밀입국을 도와주겠다는 사람, 편의점에서 니콜라가 쉴 자리 한 켠을 내어주는 사람, 밥 한끼 가져다주며 응원하는 사람 등이 등장하는데, 긴 말이나 격려의 말은 하지 않지만 이들은 니콜라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조용히 응원을 건넨다.


어렵게 도착한 수도에서 아이들을 되돌려 주라는 권고서를 받았지만, 이 권고서는 힘이 없다. 말 그대로 권고서일 뿐 결정은 복지센터의 몫이다. 게다가 복지센터장은 "좋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일을 크게 만들었다. 당신이 아이들과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고소할테면 해라. 법원에 아는 사람이 많아야할 것이며 몇 년이 걸려 지칠 것이다"라는 말을 내뱉는다.


설상가상 집에 돌아오니 가구는 모두 마을 사람들이 가져가버렸다. 니콜라는 지쳐있을 시간이 없다. 마을 사람들의 집에 가 가구를 다시 되찾아오고 식탁에 앉아 빵을 건조하게 씹어 먹는다. 꾸역꾸역 목으로 넘기지만 눈빛 만은 예전과 달라진 니콜라의 모습이다.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아버지의 길'은 세르비아, 프랑스, 독일,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헤르제고비나가 합작한 영화로, 세르비아의 권력층의 부패와 복지 사각 지대를 비춘다. 어딜 가나 가난은 존재하고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가슴 아픈 여정이만, 슬프지만은 않은 건 니콜라가 아버지로서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마지막 눈빛 때문이다.


미국 드라마 '파고3'에 출연한 고란 보그단이 니콜라를 연기했다. 감정조차 사치라는 듯 억울하고 분해도 스스로 표현을 거세하는 메마른 모습에서 아버지로서의 권리를 되찾으려 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러닝타임 120분. OTT 웨이브에서 8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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