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임 60일 만에 '예견된' 인사
조국·추미애와 호흡, 尹에 반기든 전력
송영길과 광주대동고 2년 선후배 관계
편향성 논란에 감사원 감사위원 무산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 후보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낙점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스스로 물러난 뒤 60일 만의 인사다. 친여성향 검사로 일찌감치 '내정설'이 돌 정도였던 만큼 "이변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남 영광 출신의 김 후보자는 광주 대동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김 후보자의 고교 2년 선배가 된다. 사법연수원 20기 수료 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서울고검 형사부장, 대검 과학수사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등의 보직을 거쳤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법무연수원장으로 승진했고, 이듬해인 2018년 6월 법무부 차관에 임명된다. 22개월간 박상기·조국·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보좌하며 친정부 성향의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문재인 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 지명 당시에도 김 후보자는 유력한 후보자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였다.
실제 김 후보자는 여권이 신뢰할 수 있는 행보를 해왔다.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한 뒤 3개월간 권한대행을 맡아 형사사건 공개금지 및 인권보호 수사규칙 제정과 특수부 명칭 폐지 등을 시행하며 정부여당의 이른바 '검찰개혁'을 뒷받침했다. 특히 2019년 9월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윤 전 총장을 제외한 '조국 수사팀' 구성을 제안했다. 검찰 내부의 반발이 있었지만, 반대로 여권의 환심은 살 수 있었다.
법무차관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김 후보는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국민권인위원장 등 문재인 정부의 여러 요직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청와대가 나서 김 후보자를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임명하려 했었다. 하지만 제청권자인 최재형 감사원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최 감사원장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김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이 우려된다는 의미가 분명했다.
文 정부 요직 단골 후보로 하마평
야권 "검찰장악에 방점 찍은 코드인사"
법조계 일각 "방탄총장? 지켜봐야" 의견도
야권에서는 정부여당이 코드인사로 검찰을 장악해 권력수사를 막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등 주요 사건의 검찰수사가 남아 있는 만큼, 검찰을 장악해 잘 통제해 줄 '믿을맨'을 앉혔다는 것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명실상부한 문재인 정권의 코드인사"라며 "검찰을 권력의 발아래 두고 길들이려던 검찰 장악 선언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도 "임기 말에는 검찰을 잘 관리해 줄 관리형 총장이 필요하다"며 '코드인사'라는 점을 완전히 부인하진 않았다.
이례적인 '역진인사'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0기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23기) 보다 선배다. 결과적으로 김 후보자가 검찰총장 후보에 지명되며 연수원 23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일단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이 지검장을 유임하기 위한 인사가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윤 전 총장 임명이 오히려 파격이 아니었느냐"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코드인사'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실제로 '방탄총장'의 행보를 걸을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 후보자와 친분이 있는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점잖은 성격으로 검찰 내에서 평판이 나쁘지 않다"며 "임기 말 검찰총장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 검찰 수사권 박탈, 이성윤 지검장 등 현안에서 어떤 입장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이날 지명 직후 서울고검 청사로 출근해 "겸허한 마음으로 인사청문회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명된 소감을 밝혔다. 친정권 인사라는 평가에 대해선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남아 있어 많은 말을 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그리고 차기 정부의 첫 검찰총장을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