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소비자물가 3년 8개월 만에 최고 폭 상승
정부 “기저효과 탓…하반기 안정세 보일 것”
민간 전문가 “인플레이션 가능성 대비 필요”
4월 소비자물가가 3년 8개월 만에 최고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물가 인상에 대한 정부와 민간전문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로 1년 전보다 2.3% 올랐다. 2017년 8월(2.5%) 이후 최대 폭 상승이다.
정부는 물가 급등 이유로 ‘기저효과’를 꼽고 있다. 지난해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물가가 낮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올해 4월 물가 인상 폭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표상으로 2%를 상회한 데는 비교 시점인 작년 4월의 물가가 크게 낮았던 ‘기저효과’ 요인이 크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차관에 따르면 지난해 4월에는 국제유가 급락과 개인 서비스와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1%에 그쳤다. 반면 올해는 유가 상승과 농·축산물 가격 강세 지속 등으로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 차관은 “올해 2분기는 공급측 요인에 기저효과가 더해지면서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으로 2%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지만, 3분기부터는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연간 기준으로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어 심의관은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 둔화와 국제유가 상승세 진정 전망 등으로 미뤄볼 때 하반기에 들어서면 안정세를 찾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달리 민간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식료품이나 유가가 많이 뛰다 보니 경기 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아니었더라도 체감하는 형태의 인플레이션은 상당히 있다”면서 “하반기 들어 백신 접종이 늘고 우리도 수요 측면에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면 실질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실질 경기 회복에 따른 인플레이션이라기보다는 식료품과 국제유가 상승 등이 물가를 견인하고 있다”면서도 “전반적인 세계 경기 회복으로 해외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주고 있고, 체감으로는 실제 인플레이션 이상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장재철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우려하는 인플레이션은 현재보다는 향후 몇 개월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과도한 게 아니다”라며 “앞으로는 백신 접종 확대와 더불어 그동안 부진했던 서비스업 등의 경기 개선과 현재 배럴당 60달러 내외 국제 유가가 물가상승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기존에는 통화정책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생긴다고 했는데 현재는 포퓰리즘 재정정책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재정적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한은의 협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