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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선언 현대차 '전과정 탄소중립' 어떻게 달성할까


입력 2021.05.30 06:00 수정 2021.05.30 09:1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주요국 LCA 규제 움직임…에너지 생산 과정부터 폐기물까지 포함

현대차그룹, '자원의 선순환 체계 구축'으로 LCA 대응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특별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자동차 제조, 운영 및 폐기 등 전 과정에서도 탄소 중립을 달성할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순환경제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4일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특별세션에서 연설을 통해 ‘전과정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탄소중립을 향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일반 제조업과 달리 자동차 산업의 탄소중립은 상당히 복잡하고 힘들다. 제조 단계에서부터 수만 개의 복잡한 부품이 사용될 뿐 아니라 운영 중에는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사용 주기가 끝나면 커다란 덩치만큼이나 많은 폐기물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은 그 어려운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미 유럽연합(EU)과 중국,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자동차 산업에 대한 규제를 ‘전과정 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로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CA 적용시 '유정에서 바퀴까지' 에너지 생산 과정부터 제조, 운영, 폐기 모두 감안

LCA를 적용하면 자동차 업체들이 고려해야 할 것은 더 많아진다. 지금까지는 ‘연료 탱크부터 바퀴까지(Tank to Wheel, TtW)’, 즉 주행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량을 줄이는 데 노력했다면, 앞으로는 ‘유정에서 바퀴까지(Well to Wheel, WtW)’,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부터 살펴야 한다.


나아가, 제품을 이루는 원료부터 사용 중 윤활유 및 부품 교체, 폐기·재활용 등 자동차의 전체 순환(Vehicle Cycle)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전과정 평가(LCA) 개념도. ⓒ현대자동차그룹

EU는 지난 2019년 자동차에 대한 LCA 기준 논의에 들어갔다. 유럽의회와 유럽위원회는 새로운 자동차 환경 규정을 발표하면서 EU에 LCA 규제 도입 적용 검토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2023년까지 승용차 및 경상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EU 공통의 전과정 평가 방법과 법제화 같은 후속 정책 등을 보고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206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발표한 중국도 2025년 이후 도입을 위해 LCA 기준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가에 비해 친환경 전환이 늦었던 만큼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이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각종 친환경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을 위해 LCA를 도입할 여지가 높다.

하이브리드차 재조명…전체 주기 감안하면 전기차 못지않은 CO2 저감 효과

LCA 규제가 도입되면 그동안 순수 전기차(BEV)와 비교해 친환경성 측면에서 뒤처진다고 여겨졌던 하이브리드(HEV)차가 재조명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원료부터 따지는 전체 주기를 살펴보면 고효율 하이브리드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전기차 못지 않다는 점을 내세워 하이브리드차가 LCA 규제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차라고 지적했다.


대다수의 국가들이 아직은 화력발전 등의 수단을 통해 화석연료로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LCA 기준으로 보면 전기차 역시 상당한 탄소배출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장 빠른 유럽 또한 여전히 화석 연료가 에너지 믹스(Energy mix, 전력 생산 방법 비율)의 70%를 차지하는 형편이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현대자동차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생애 주기로 시각을 확대하면 하이브리드차가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와 비슷한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LCA 방식 규제 도입이 하이브리드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전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근거로 하이브리드카 육성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은 2035년까지 신차 가운데 하이브리드카의 비중을 50%로 채울 것이며, 일본 또한 LCA를 고려한 장기 목표를 강조하며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카 비중을 최대 40%로 설정했다.


이는 하이브리드차 개발 경험과 누적 판매실적이 상당한 현대차와 기아에 긍정적인 상황이 될 수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그동안 일본 토요타와 한국 현대차·기아를 중심으로 전기차 전환 이전의 과도기 개념으로 시장을 키워왔으며, 최근 들어서는 벤츠, BMW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도 하이브리드 차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배터리 재사용, 친환경 소재 사용도 LCA 대응 중요 과제

전기차의 사용 주기가 끝난 뒤 배터리 재사용이나 재활용도 LCA에서 중요한 과제다. 전기차는 배터리 제조와 사용, 폐기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따라서 사용 후 배터리를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등 재사용 및 재활용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산업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전기차의 사용주기가 끝나도 탑재된 배터리는 70%가량의 성능을 유지하는 만큼 ESS 등 대용량 저장장치에 활용 가치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용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발전소간 에너지 순환 및 배터리 리사이클을 설명한 개념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이미 2018년부터 폐배터리 재사용 및 재활용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배터리 제조사인 SK이노베이션과 손잡고 배터리 재사용 방식의 ‘BaaS(battery as a Service)’를 통해 공급원가를 낮추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 단계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도 LCA 대응에 있어 중요한 과제다. 현대차와 기아는 최초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와 EV6를 출시하면서 다양한 친환경·재활용 소재를 적용했다.


다양한 친환경·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아이오닉 5의 실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는 도어 트림과 도어 스위치, 크래시 패드에 유채꽃, 옥수수 등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 오일 성분이 사용된 페인트를 적용했으며, 시트는 사탕수수,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바이오 성분을 활용해 만든 원사가 포함된 원단으로 제작했다.


또 재활용 투명 페트병을 가공해 만든 원사로 제작한 직물을 시트와 도어 암레스트(팔걸이)에 적용했고, 종이의 가벼움과 자연 소재 외관을 가진 페이퍼렛 소재를 도어가니시에 사용했다. 시트 제작을 위한 가죽 염색 공정까지 식물성 오일을 사용했다.


EV6 역시 도어 포켓, 크래시패드 무드조명 가니시, 보조 매트, 친환경 공정 나파 가죽 시트 등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 아마씨앗 추출물과 같은 다양한 친환경 소재와 공법을 실내 곳곳에 적용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LCA를 비롯한 친환경 전환 추세에 발맞춰 생산 프로세스 및 에너지 효율 개선, 청정 연료 생산, 여가 에너지 저장 등 자원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전 사업장에서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획적으로 줄여가고 있다”고 밝혔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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