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거래소와 거래...계좌 확보, 수수료 외에 리스크 커
특금법 시행령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감시 역할까지 떠맡아
정부가 가상자산 주무부처를 금융위원회로 결정했지만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관리에만 초점을 둘 뿐 정작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투자 부실이 발생했을 때 결국 금융회시에 대한 책임만 가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가 주도하는 사업자 관리·감독 및 제도개선의 주요 내용에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과 자금세탁방지의무 등이 포함돼있는데 결국 은행 등 금융회사에 대한 책임만 부담시키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융혁신지원단 주도로 가상자산과 관련된 비공식적인 태스크포스(TF)를 진행해왔다. 이 TF에는 이형주 단장 주도하에 10여명 정도의 전문가들이 비공식적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이번 가상자산 거래소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의 특금법 시행령 내용을 보면 사실상 은행을 통해 가상자산거래소를 감시하는 방식이다. 오는 9월까지 가상자산 사업자는 은행연합회를 통해 신고 및 심사를 받아야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자금세탁이나 해킹 등 금융사고 위험 부담은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 일부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기획 파산을 하거나 예치금을 횡령하는 등 폐업 가능성이 있어서 은행들도 실명계좌 개설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개별 거래소와 입출금 계약을 맺었던 은행들의 재계약 여부도 거래소의 생존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은행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는 구조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에 대한 보상 문제가 불거졌을때 모든 책임을 은행에 지울 가능성이 있다"며 "비제도권 시장에서의 문제를 무조건 금융사에 떠넘기려고 해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했다.
이는 당초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사업자 제한에 맞춘 소극적인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폭발적인 거래량으로 버블 경고등이 켜진 가상자산 시장을 놓고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금융회사의 부담으로 책임만 가중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금융위는 가상자산에 대한 감독권한을 사실상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 넘긴 상태다. 이마저도 자금세탁여부를 확인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사실상 당국은 금융사에만 책임늘 떠넘긴채 손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금융위가 수개월전부터 가상자산에 대한 TF를 꾸리며 일찌감치 준비했지만 컨트롤타워의 부재속에 가상자산 투자자를 위한 대책 마련이 아닌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규제에만 초점을 맞춘 대응 전략을 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결국 국회에서 발의된 가상자산과 관련된 법안이 통과되면 관련 제도 역시 함께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투자자나 금융사들의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초 가상자산에 대한 관리를 금융위 주무부처가 아닌 금융혁신과에서 맡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상자산에 대한 이슈인만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많은 전문가들이 빠져있다는 점도 부작용 초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는 "결국 당국이 가상자산 투자자 피해 발생 가능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