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외하면 상대 전적서 대부분 앞서
객관적 기량 외에 노골적 시간끌기가 문제
중동 축구와의 맞대결은 늘 한결같았다. 경기를 뛰는 선수도, 지켜보는 팬들도 속이 터지기 일쑤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9월부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3차 예선에 돌입한다.
A조에 배정된 벤투호는 이란을 비롯해 UAE,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 중동팀들과만 만나는 일정이다.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역시나 ‘라이벌 구도’를 형성 중인 이란이다. 대표팀은 이란과 31차례 만나 9승 9무 13패로 열세다. 특히 최근에는 2011년 AFC 아시안컵 8강전 1-0 승리를 제외하면 승리 기억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다. 실제로 대표팀은 이란전 최근 12경기서 1승 6무 5패로 철저히 밀리는 중이다.
중동의 또 다른 강호 이라크와는 7승 11무 2패, 레바논과는 10승 3무 1패, 시리아와는 4승 3무 1패, UAE와는 12승 5무 2패 등 대체로 크게 앞서는 상황이다.
그러나 만나는 상대들은 ‘침대 축구’로 악명을 떨치는 중통 팀들이다. 어느 하나 소홀하게 대할 매치업이 없다.
일정도 만만치 않다.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은 9월과 10월, 11월, 그리고 내년 1월말과 3월 등 5번의 A매치 기간 두 차례 경기를 벌인다. 하지만 상대팀 모두가 중동에 위치해 있어 A매치가 열릴 대마다 홈과 원정을 오가는 강행군을 이어가야 한다.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 수밖에 없는 3차 예선이다.
‘침대 축구’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하는가도 관건이다. 벤투 감독도 중동 팀들의 노골적인 시간 끌기를 놓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벤투 감독은 지난달 경기도 고양서 열린 2차 예선 당시 레바논과 경기를 치른 뒤 “상대의 시간 끌기 작전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이와 같은 현상이 최종예선에서도 나타난다면 이는 아시아 축구 발전에도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은 바 있다.
‘침대 축구’를 봉쇄하기 위한 전략은 단순하다.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으면 된다. 상대는 최소 무승부를 얻으려하기 때문에 킥오프 휘슬이 울리자마자 노골적인 시간 끌기에 나서기 일쑤다. 만약 선취골을 허용한다면, 지옥과도 같은 ‘침대’의 향연을 맛볼 수 있다.
신경전도 봉쇄해야 한다. 상대는 가벼운 접촉에도 큰 부상을 당했다는 듯 엄청난 고통을 호소할 것이 불 보듯 빤하다. 여기에 동료들까지 가세해 태극 전사들의 신경까지 자극한다. 만약 상대의 도발에 말려들 경우 손해 보는 쪽은 어디일지 너무도 간단한 계산이 나온다.
FIFA 또는 AFC 차원에서의 강경한 대응도 필요하다. 벤투 감독 역시 “재미있는 축구, 수준 높은 축구를 위해서는 주심들이 대응책을 생각해야 한다. 심판진들이 지연 행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과연 복장 터지는 ‘침대 축구’를 10경기 내내 보게 될지, 객관적인 기량이 아닌 경기 외적인 부분까지 신경써야할 벤투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