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입당, 근접 영향권엔 최재형
둘 다 非정치인…지지율 '제로섬'
윤석열 '작용' 따른 '반작용' 노릴듯
4일 대권도전 변곡점 삼아 세 확산
당밖에 있던 범야권 최대 유력 대권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격 입당함에 따라 기존 국민의힘 내의 대권주자들의 셈법이 복잡하게 됐다. 오는 9월 15일 8명으로 압축되는 1차 컷오프 등의 관문이 좁아지게 됨에 따라 기존 당내 대권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30일 윤석열 전 총장의 입당으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대권주자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은 같은 비(非)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지율이 '제로섬 관계'에 있다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지사 등은 오랫동안 당에서 정치를 해오면서 독자적인 조직과 기반이 있다"며 "최재형 전 원장은 그런 게 아직 없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의 입당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최재형 전 원장의 경우, 당내 경선을 통해 먼저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된 뒤 11월부터 당밖의 윤석열 전 총장과 야권 단일화를 거쳐 최종 승리한다는 가능성은 일단 무산됐다. 이러한 구상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승리로 검증된 모델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좋든 싫든 당내 경선에서 윤 전 총장과 직접 맞붙지 않을 수 없게 된 최 전 원장도 전투력을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이날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은 세련되지 못하게 이뤄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전남 동부 방문 일정 중에 '기습 입당'을 결행해 마치 당대표를 '패싱'한 것처럼 보여졌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의 입당에 함께 한 국민의힘 3선 의원은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꼭 이준석 대표를 만날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입당식 같은 절차는 너무 퍼포먼스처럼 보여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준석 대표에게는 대단히 불쾌할 수 있는 언동이다. 실제로 이 대표도 이날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견상으로는 윤 전 총장의 입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메시지 곳곳에는 뼈가 담겨있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 친이의 공천 전단이 친박의 결속을 불러왔고, 친박의 전횡이 비박의 반발을 불러왔듯 정치에서의 세(勢)라는 것은 어차피 작용과 반작용의 관계"라며 "윤석열 전 총장이 입당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게 된 의원들이 최재형 전 원장을 바라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최재형 전 원장도 이러한 당내 우군 세력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원장은 오는 4일 대권 도전 공식 선언을 변곡점으로 삼아, 지지율 제고와 당내 세 확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주자들, 일제히 환영 입장 냈지만
환영은 잠깐이고 방점은 '치열한 경선'
"치열히 검증해 무결점 후보 나가야"
尹 겨냥한 검증의 칼날 벼리고 있을듯
국민의힘 기존 당내 대권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이들은 이날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전격적으로 결행하자, 일단 일제히 환영의 메시지를 냈다. 그간 '조기 입당'을 매개로 윤 전 총장을 압박해온 만큼, 환영의 메시지 자체는 논리필연적으로 당연한 수순이기도 하다.
5선 중진 홍준표 의원은 "윤석열 전 총장이 입당함으로써 문정권의 최대 바램이었던 야권 분열 카드가 소멸되고 우리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기쁜 날"이라고 했으며, 3선 하태경 의원도 "야권 통합의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했다. 안상수 전 인천광역시장은 "야권통합으로 정권교체하라는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게 돼서 다행"이라고 했다.
일제히 나온 입당 환영 메시지와는 달리 당내 대권주자들은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을 수 있다. 지금은 윤 전 총장의 차기 대권 지지율이 독주 양상이기 때문에, 이 지지율이 꺾여 분산되지 않고서는 당내 주자들에게 기회가 돌아오기 어렵다. 허니문 기간 없이 바로 검증 공세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실제로 당내 대권주자들의 입당 환영 메시지를 분석해보면 환영은 서두에 잠깐이고, 방점은 '치열한 경선'에 찍혀 있다.
홍준표 의원은 "앞으로 경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상호 검증을 펼쳐 무결점 후보가 본선에 나가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도록 하자"고 했으며,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 앞에 당당할 수 있는 경쟁을 기대한다"고 했다. 원희룡 지사는 "치열한 경쟁으로 국민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최종 후보를 위해 가자"고 했다.
특히 홍 의원은 앞서 2007년 대선 압승의 요인은 당내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결이 이른바 BBK와 최태민 의혹을 다 들춰낼 정도로 치열했기 때문이고, 1997년 대선 분패의 이유는 당내 경선에서 이회창 전 총재의 아들 군복무 관련 의혹을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자체 분석하기도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맥락에서 보면 홍준표 의원이 환영의 인사는 입당 당일로 그칠 것"이라며 "앞으로는 후보의 본선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윤석열 전 총장을 상대로 전면적인 검증 공세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윤석열 전 총장도 민주당 경선에서 선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다른 유력 후보들로부터 십자포화를 얻어맞고 주춤거리는 것을 보면서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라면서도 "오늘(30일) 입당을 했으니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당내 검증 공세를 정면돌파하는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