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유력…빠르면 23일 인선
말도 많고 논란도 많았던 경준위
'원팀 경선' 위해 중요 분수령 평가
국민의힘이 오는 25일 비전발표회 개최와 26일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출범하며 대선 후보 선출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경선준비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여러 차례 공정성 논란이 벌어져 '지도부 위기론'까지 제기됐던 만큼, 차기 선거관리위원장을 누가 맡느냐 여부가 '원팀 경선' 가능성에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주말 동안 잠재적 선관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된 당 원로급 인사 6인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유력한 후보군으로는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거론된다. 이 대표는 이날 정 전 총리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한 사무실에서 면담을 갖고 선관위원장 자리를 직접 제안했고, 가까운 인사들에게 정 전 총리를 선관위원장으로 점찍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총리와 함께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인사들은 김황식 전 총리, 강창희 전 국회의장, 황우여 정병국 전 의원,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등이다.
정치권에서는 중립성에 문제가 제기될 여지가 없음이 담보되면서도 당내 대선 주자들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중량감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차기 선관위원장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선관위원장이 전반적인 경선 룰을 컨트롤하며 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의 가교 역할을 맡기에, 각 후보 캠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한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는 "극도로 예민한 경선 과정에서 선관위원장의 과거 이력 및 각 후보들과의 이해관계, 언행 하나하나가 모두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고 공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웬만한 문제제기에는 전혀 흔들리지 않을 뚝심을 보유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단 현재까지 경쟁에 뛰어든 후보군이 10여 명을 훌쩍 넘는 만큼 어떤 인사를 선관위원장으로 인선하더라도 모두의 입맛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어떤 인사가 됐든 당과 정치권에서 오래 활동한 인사라면 적게든 많게든 친소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이 대표와 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 전했다.
실제 이 대표는 전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병수 경준위원장의 사퇴에 대해 "유승민계 논란을 의식해 친박 색채가 강한 서 위원장을 모셨더니 거기에 불공정 프레임을 씌운다"며 "도대체 어떤 분을 모셔야 불공정 프레임을 회피할 수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초 서 위원장을 선관위원장으로 연임하겠다는 뜻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와 일부 대선 주자 사이의 앙금이 아직 말끔하게 가시지 않았다는 점도 불안 요소 중 하나로 제기된다. 이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 캠프의 민영삼 국민통합특보가 "이 대표는 사퇴 후 유승민 캠프로 가든지, 대선 때까지 묵언수행을 하라"는 글을 올렸다가 사퇴한 것이 단적인 예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경준위는 당헌당규에 없는 기구라는 명분으로 공세의 대상이 된 바 있지만, 선관위는 당헌당규에 명시돼 있는 공식 기구인 만큼 공정성 논란에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본다"며 "이 같은 부분을 최대한 고민해 '원팀 경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