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효표 처리' 놓고 내전 조짐
이낙연 지지층, 집단행동으로 지도부 압박
쇠락 위기 친문 주류, 반전 명분 확보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최악의 경선 결과’가 도출됐다. 10일 발표된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이재명 후보가 예상 밖 참패하며 본선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무효표 처리 규정 해석에 따라 결선 투표 여부가 갈리는 등 전례 없는 혼란 상황이 민주당을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다.
당초 당 선관위는 사퇴 후보의 표를 무효 처리하고 전체 유효투표수에서 제외하기로 만장일치 의결한 바 있다.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큰 의미를 두진 않았었다. 무효표 처리 방식이 결선 투표를 좌우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이와 관련해 이상민 선관위원장은 “경선 중 규정을 바꿀 순 없다”고 해왔다.
하지만 무효표 처리 방식이 당락을 가르면서 상황은 180도 변했다. 선관위의 해석에 따라 이재명 후보의 과반이 확정됐으며, 그 책임까지도 모두 당 지도부와 선관위가 떠안게 됐다. 이날 결과 발표 뒤 취재진과 만난 이상민 위원장은 “경미한 하자가 있지만, 결과는 바뀌는 게 아니다”면서 “이의 제기가 들어온다면 (지도부가) 검토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선룰 논란으로 번지며 계파 간 치열한 힘겨루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재명 후보와 대척점에 서 있던 친문 주류들은 이번 경선에서 이낙연 후보를 지원해왔다. 홍영표·박광온·홍익표·김종민·신동근·윤영찬·정태호 의원 등 친문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혹은 전직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친문 주류와 이낙연 후보 지지층은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과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을 거치며 쌓인 반이재명 정서가 깊다.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설훈 의원이 “이낙연 후보 지지자 3분의 1 정도는 본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할 정도다. 그간 이재명 후보의 독주로 비주류 전락의 위기를 맞았던 친문 주류는 이번 경선 결과로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됐다.
당장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은 ‘사사오입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온라인 연판장을 돌리며 지도부 압박에 들어갔다. 이들은 송영길 대표 등 당 지도부가 “특정 후보의 이득을 위해 당규에도 없는 내용을 입맛에 맞게 왜곡했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 당원들은 여의도 민주당사 앞 집단 시위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는 당 지도부가 무효표 처리 관련 이의 신청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할 경우, 내년 대선까지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큰 장면이다. 이미 여의도 안팎에서는 대장동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후보 교체론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실정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가 확실한 승리를 했어도 이낙연 후보 지지층을 설득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인데, 더 어려워졌다”며 “종국적으로 논란이 수습되고 당 차원에서 ‘원팀’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지지층 ‘원팀’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마지막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더블스코어 차이로 이재명 후보가 참패하며, 대장동 의혹이 민심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증명됐다”며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문과 무효표 논란이 겹치며, 이낙연 측에서 승복을 하지 않을 명분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세력 대결로 가면 이재명 후보 측이 결국 제압하겠지만 승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민주당 입장에서 최악의 결과이고,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 이겨도 이긴 게 아닌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