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외교·안보 관계자들
'개인 의견' 전제로 美 비판해와
美 전직관료들, 초당적으로
연일 韓 대외정책 꼬집고 나서
미국 전직 외교·안보 관료들이 문재인 정부 외교정책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문 정부 외교·안보 브레인들이 교수 등의 직함을 내세워 개인 의견을 전제로 미국 대북정책에 불만을 표해왔듯 워싱턴 조야에서도 같은 흐름이 감지되는 모양새다.
전직 주한 미국대사와 미군 사령관들은 17일(현지시각)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뉴욕 맨해튼에서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을 역임한 해리 해리스 전 대사는 "종전선언에 서명한 다음날 뭐가 달라질지 자문해봐야 한다"며 "그것(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이 아니다. 정전협정은 여전히 존재하고, 한국을 방어해야 한다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상의 의무도 존재한다. 아울러 북한의 핵·미사일·재래식 화력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안보 환경 개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징적 종전선언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종전선언은 그 자체가 최종 상태 또는 목적이 아니라 최종 상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종전선언이라는 첫걸음을 통해 우리가 목표로 하는 최종 상태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상상할 수 있는가. 대다수 전문가는 '아니다'고 답한다. 나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종전선언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맞물린, 비핵화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는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무관한 '상징적·정치적 선언'으로서의 종전선언이 비핵화 '입구'가 될 수 있다는 문 정부 입장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전직 외교·안보 관료들은 문 정부 대중국 정책에 대해 '노골적 불만'을 표하고 있기도 하다.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지난 15일(현지시각)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한미전략포럼에서 한미동맹이 지속되려면 양국이 "중국의 도전에 대해 일치된 입장(aligned)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메데이로스 교수는 미국 내 손꼽히는 '중국통'으로,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커트 캠벨 백악관 NSC 인도·태평양조정관과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다.
메데이로스 교수는 "한미 정부가 특별하고도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중국에 대한 인식·평가·전략·정책을 조율해야 한다"며 "이것은 정말 필요한 일이다. 중국이 한미동맹의 역할을 (한반도에서) 서서히 줄여나가고자 하는 전략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국방부에서 아시아·태평양 정책을 담당했던 랜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같은 포럼에서 "한쪽이 심각하고 주요한 도전으로 보는데 다른 한쪽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동맹관계는 없다"며 "한국이 그런 식으로 표류한다면 한미동맹이 점차 약화될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슈라이버 전 차관보는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의 3자 안보협력체) 출범 과정에서 프랑스가 '소외'된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이 프랑스처럼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중국과의 전략경쟁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한국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상황에 놓이길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미중 전략경쟁에서 '소극적 자세'를 견지할 경우, 호주가 오커스 출범을 계기로 미국·영국으로부터 핵잠수함 기술을 전수받게 됨에 따라 예정된 디젤 잠수함 수출이 무산된 프랑스의 처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하지만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같은 포럼에서 중국과의 교역이 미국·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다며 "우리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차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산층을 위한 외교'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중국과의 좋은 관계가 우리 국민에게 경제적 이득이 된다는 취지의 답변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