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거리 좁히기' 본격 행보
"산업기반이 변해도 중요한 것은
사람의 노동가치가 인정받는 것"
'공무원 교원 타임오프'·'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공감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5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찾아 지도부와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親노동' 행보에 돌입했다. 그는 "노사의 자유를 중시하고, 국가가 노사가 자율적으로 서로 상생의 대타협·대화합을 이루기를 도와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국노총 사무실을 방문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그간 윤 후보는 정치권 입문 이후 "게임 하나를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1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과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던 것이 논란이 되며 노동계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날 한국노총을 찾은 자리에서도 권리찾기 유니온이 "근로기준법 차별 폐지를 봉쇄하는 윤 후보는 취약한 노동자에게 취악의 후보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상균 위원장이 직접 윤 후보에게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촉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소상공인 다 죽는다, 코로나도 힘든데 소상공인을 두 번 죽이나",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반대"라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날 한국노총을 찾아 행보를 이어간 데는 본격적으로 노동계와의 거리 좁히기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실제 윤 후보는 선대위에서도 '약자와의 동행'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약자와의 동행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아 소외계층이나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노총 145만 조합원은 대한민국의 성장과 번영을 이뤄낸 주역이다. 어려운 고비 때마다 대타협의 정신으로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한 초석을 놨던 것"이라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중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현재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일자리마저 줄어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의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을 문재인 정권은 안일하게 하고 있지만 총소리만 안 나고 폭탄만 떨어지지 않았지 코로나까지 겹쳐 전쟁과도 같은 위기상황이라는 걸 우리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노총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힘을 모아 노력해야할 시기"라 당부했다.
이어 "4차 산업 전환이 불가피한데 디지털 심화 과정에서 고용 환경과 노동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명확하지 않은 불확실성의 상황"이라며 "이런 새로운 패러다임과 시대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고, 노사관계 역시 미래를 위한 상호 협력 지향으로 많은 변화가 모색돼야 할 시기"라 설명했다.
윤 후보는 "그러나 산업기반이 어떻게 변화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노동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노동자가 이 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주역이라는 점이 인정이 돼야 한다"며 "한국노총이 이런 합리적인 상생의 노사관계 형성과 사회적 대타협에 주도적으로 나서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주도나 노동의 힘에 의해 일방적으로 견인되는 사회적 합의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고 김동명 위원장도 지난 번 말씀했고 저도 그 말씀을 깊이 새기고 있다"며 "노사의 자유를 중시하고 또 국가는 노사와 자율적으로 서로 상생의 대타협·대화합을 이루기를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번에 한국노총의 친구가 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처음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함께 할 것"이라 약속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 한국노총은 노동의 근본적 가치를 공격하고 폄하하는 정치세력을 단호히 심판할 것"이라며 "정권은 유한하지만 노동자의 삶은 계속돼왔다. 짧은 산업화 시기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선진국이 됐고, 노동자도 국격에 걸맞는 삶을 살 필요가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역사적 프레임이며 퇴행은 결코 용납하지 못한다"라며 "윤 후보 선대위의 중요한 책임자들과 함께 하는 만큼 정책간담회를 통해 폭넓은 소통과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진 비공개 정책간담회에서 윤 후보와 한국노총 측은 '공무원 교원 근로시간 면제에 대한 타임오프'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면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회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공무원 교원근로시간 면제에 대한 타임오프는 그동안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여러 우려가 있었는데 윤 후보가 찬성 의지를 분명히 언급했다"며 "하지만 지금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고 열악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를 생각하면 공적 인사의 경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정이 일부 필요하지 않겠나 말했고, 국민이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해 확고히 찬성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대변인은 "노동이사제 전면 도입 문제도 당에서 다소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윤 후보 뿐만 아니라 당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잘 진행되기 위해 동반자 의식이 중요하며 합리화와 부실 방지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같이 나눴다. 사회적 합의를 지켜나가는 차원에서 앞으로 더 충분히 숙고하고 논의하며 노력하겠다는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