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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모인 대장동 4인방 "이재명 방침 따른것"…정영학만 "혐의 인정"


입력 2022.01.10 14:56 수정 2022.01.10 18:26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정영학, 공개석상 처음 모습 드러내…취재진 질문엔 "죄송합니다"만

김만배 "사업 이익은 고위험 감수한 투자 결과…택지가격 산정 지극히 정상"

남욱 "내일 주식이 어떻게 될지도 몰라…개발사업 성공 보장된 것 아냐"

정민용 "대장동 4인방과 협의할 위치 아니었다…남욱이 준 35억은 투자금"

대장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 사건 첫 공판이 열린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공판이 끝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뉴시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첫 정식 재판이 열린 가운데,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 등은 검찰이 적용한 배임혐의에 대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10일 오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열린 두 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정식 재판은 모든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있다. 이 때문에 법정은 5명의 피고인과 동행한 변호사들로 붐벼 좌석 배치에 어려움을 겪었고 자리를 다시 정돈하기 위해 10분간 휴정하는 소동을 빚었다.


이날 재판에는 그동안 공개석상에 나타난 적 없었던 정영학 회계사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 관심이 집중됐다. 새치로 하얗게 물든 짧은 스포츠머리의 정 회계사는 공판이 시작되기도 한참 전부터 경직된 자세로 앞만 바라보며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곧이어 구속기소된 유 전 본부장, 김씨, 남 변호사가 수감복에 방호복까지 입은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서면서 재판이 시작됐다.


재판은 출석한 피고인이 본인임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에 이어 검찰 측이 기소 배경과 이유를 설명하는 모두진술로 시작됐다. 검찰은 이들이 공모해 화천대유 측에 최소 651억원가량의 택지개발 배당 이익과 최소 1176억원에 달하는 시행 이익을 몰아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보고있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은 이 과정에서 김씨로부터 5억원,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등으로부터 3억520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수수하고, 개발사업 이익 중 700억원가량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도 있다. 정민용 변호사는 이들과 공모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에 최소 1827억의 이익이 돌아가게 사업을 짠 혐의를 받는다.


앞서 공판준비기일에서 유 전 본부장, 남 변호사, 김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며 이날 처음 공판에 출석한 정 변호사 측도 "혐의를 전체 부인한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 측은 "정 변호사는 당시 '대장동 4인방'과 협의할만한 위치가 아니어서 전혀 공모한 사실이 없다"며 "정 변호사가 작성한 공모지침서는 공사 이익을 해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 변호사로부터 35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부정한 청탁과 부정한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행위가 없었다"며 "35억은 투자금이다"고 해명했다.


특히 변호인들은 대장동 개발 사업은 법률적으로 하자가 없는 구조인데다 근본적으로 배임죄도 성립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대장동 사업은 성남시와 우선주 보유자가 배당금을 모두 받은 뒤 화천대유가 나머지를 가져가는 리스크가 큰 사업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부동산 시장 급등으로 막대한 초과이익이 발생했고, 이것은 전혀 예상 및 의도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배임죄가 될 수 없다는 논리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11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씨 측 변호인은 모두진술에서 "성남의뜰이 2014년 당시 공동주택 택지가격을 평당 1400만원으로 산정한 것은 그때 기준으로 지극히 정상이었다"며 "당시 산업은행 컨소시엄 산정 금액은 평당 1300만원, 메리츠증권은 1000만원이었다. 그럼 이들은 더 큰 배임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검찰이 주장하는 민관합동개발 공모지침서의 '독소조항'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안정적인 공사 사업을 위해 지시한 방침을 반영한 것으로 공사는 그래서 확정수익을 결정한 것"이라며 "결국 해당 이익은 고위험을 감수한 투자의 결과이지 배임의 결과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남 변호사 측은 "검찰은 이 사업이 성공이 보장돼 있었다는 논리지만, 2015년 당시 다른 지역 개발사업은 성공한 예가 거의 없었다"며 "당장 내일 주식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택지가격이 폭등했다는 사후정황만 놓고 리스크가 없는 사업으로 배임을 했다는 검찰의 논리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남 변호사는 2014년 12월 경 사실상 이 사업에서 배제됐고 이 사업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자세하게 알 수 없었다"며 "단순히 수익 분배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 사건 전체에 공모 했다는 건 비약이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 회계사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정 회계사 측은 "우선협상자 선정 일련의 과정에 관여해 우려와 혼란을 야기한 점에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친다"면서도 "다만, 일부 공동 피고인들이 정 회계사가 개발사업 관련해 모든 일을 주도한 것처럼 하는 진술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어 유 전 본부장 등 피고인들은 본인 발언 기회가 주어지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대단히 죄송하다"며 재판에 성실이 임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이 과정에서 남 변호사는 한숨을 쉬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며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고, 정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은 저에게 있어 대단히 자랑스러운 업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일이 변질된 데 슬프게 생각한다"며 심경을 털어 놓기도 했다.


한편 정 회계사는 이날 재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혐의를 인정한 이유가 무엇이냐' '증거 제출을 놓고 검찰과 거래한 사실이 있느냐' '제출한 녹취록은 편집한 것이냐' 등 취재진의 쇄도하는 질문에도 "죄송합니다"는 한 마디만 남긴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재판부는 오는 17일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를 맡았던 한모 공사 개발사업 2팀장을 증인으로 불러 심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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