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전 교수 변호인 “안탑깝다”…지지자들 “석방하라” 격앙
법조계 “조국 사건에서도 동양대 PC 증거 인정될 듯…대법원 판결 존중할 것”
자녀 입시비리 등으로 1·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상고심에도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형을 확정받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건 재판에서도 동양대 강사휴게실 PC가 증거로 채택될 것이라는 관측이 법조계로부터 나왔다.
현재 조 전 장관은 부인 정 전 교수와 함께 자녀 입시비리 혐의,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명목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함께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7일 정 전 교수의 업무방해, 사문서 위조 및 행사, 자본시장법·금융실명법 위반, 증거인멸·증거은닉 위조 교사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이 2019년 8월 강제 수사에 착수한 지 약 2년 5개월 만이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대법원이 동양대 PC를 증거로 인정하는지였다. 조 전 장관 사건과 정 전 교수 사건에서 동양대 PC이외의 다수의 증거가 겹쳐 있어,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조 전 장관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그러나 정 전 교수 사건을 맡은 대법원은 동양대 PC를 증거로 인정했다. 검찰이 위법한 방식으로 PC를 압수해 증거 능력이 없다는 정 전 교수 측 주장에 대해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2019년 9월 10일 당시 동양대 관계자가 동양대에서 공용PC로 사용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임의처리할 것을 전제로 3년 가까이 강사휴게실 내에 보관하고 있던 것”이라며 “보관·관리 업무의 담당자인 조교와 행정지원처장이 동양대 측 입장을 반영한 임의적인 의사에 따라 검찰에 제출했다”고 했다.
또한 “피고인이 ‘해당 PC에 저장된 전자정보의 정보주체라며 피고인 측에게 참여권이 보장됐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원심 결론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정 전 교수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와 지지자들은 침통한 모습을 보였다. 김 변호사는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법정 밖에서 “주문만 듣고 판결문을 보지 못해 안타깝다”며 “판결문 검토 후 관련된 다른 재판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교수 지지자들은 “석방하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고통스럽다”며 “가족의 시련은 저희가 감당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조국 일가 사건을 지휘한 한동훈 검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정의와 상식에 맞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수사팀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대법원 재판 결과로 인해 조 전 장관의 사건을 맡은 검찰이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봤다.
그동안 조 전 장관 사건과 정 전 교수 측은 동양대 PC와 정 전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경록씨가 제출한 자택 PC 하드디스크 등은 피의자 참관 없이 포렌식을 했다며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했다고 주장해 왔다. 포렌식은 증거를 수집·분석 및 관리하는 데 필요한 기술 또는 절차를 의미한다.
이후 조 전 장관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부장판사 마성영·김상연·장용범)가 지난해 12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동양대 PC와 자택 PC 등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논란이 됐다.
검찰 측이 재판부 기피(변경) 신청에 나서며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이날 대법원이 동양대 PC를 증거로 채택하며 반전을 보였다. 법조계에선 정 전 교수의 사건을 맡은 대법원이 동양대 PC를 증거로 인정한 만큼, 조 전 장관의 사건을 맡은 재판부의 증거 채택은 시간문제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민주 서정욱 변호사는 “조국 사건 1·2심 재판부가 동양대 PC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더라도 대법원 판결이 구속력이 있는 만큼, (1·2심 재판부가)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하나 강신업 변호사는 “(조국 사건을 맡은) 검찰 측이 이번 정경심 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동양대 PC를 증거로 채택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동양대 PC 증거가 아니더라도 다른 증거가 뒷받침된다면 그 증거로 인해 유죄 판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