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보리 앤 블루' 스타일 김혜경…"내조하는 온화한 여성 이미지"
김혜경·이재명 커플룩…"'우리는 하나' 과시하고 김건희 공개석상 나오라고 압박하는 것"
'블랙 앤 화이트' 스타일 김건희…"비지니스적이고 전문성·활동성 부각"
"윤석열 배우자 위치보다는 관여하지 않고 내 길만 가겠다…재활용으로 검소함 강조"
대선이 40일도 채 남지 않는 상황에서 여야 유력 후보 배우자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씨가 지난해 말부터 이 후보를 도와 '광폭 행보'에 나선 반면, 공식 석상에 등장하지 않고 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도 추가 프로필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등록되는 등 공식 등판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메시지는 말과 행동으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다. 공식 석상에서 입었던 패션 하나에도 유의미한 메시지가 확연하다. 패션 스타일에는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함의를 숨겨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안은 유력 대선 주자의 배우자인 김혜경씨와 김건희씨의 패션 스타일과 그 패션이 담고 있는 메시지 등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내조하는 여성' 김혜경, 커플룩으로 이재명 후보와 '혼연일체' 강조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는 유세 현장에 튀지 않는 차림으로 등장했다. 주로 아이보리와 블루 계열의 색상의 재킷을 입어 우아함을 더했다. 지난달 10일 김혜경씨는 아이보리 재킷과 바지를 입고 법륜 스님을 만나는 등 '불심(佛心) 잡기' 행보에 나섰다. 이 후보 없이 홀로 충남 지역의 '워킹맘'들을 만났을 때도, 부산의 119 안전체험관을 찾았을 때도, 베이지색의 재킷과 바지를 선보였다.
김혜경씨는 후보가 미처 챙기지 못한 소외 계층, 지역 현장 등을 직접 방문할 때는 주로 블루 계열의 재킷과 바지를 선택했다. 김혜경씨는 지난달 29일 대구를 찾아 지역 취약계층과 사회복지 현장 인력 등을 만났을 때 당시, 블루 코트에 아이보리 목 폴라티를 매치시켰다. 지난 27일 통영에 위치한 굴 작업장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을 때도 김혜경씨는 블루 계열의 재킷과 바지를 입었다.
이러한 김혜경씨의 패션은 '내조하는 온화한 상'의 이미지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리스트였던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장은 "아이보리나 연한 블루 계열의 색상은 어머니처럼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을 주는데, 내조하는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할 때 이용되는 색상"이라며 "이 후보가 워낙 투사 이미지가 강해 김혜경씨는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의 색상으로 어필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김혜경씨는 커플룩을 자주 선보이고 있다. 이 후보와 김혜경씨는 지난해 11월 18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리는 고척돔을 찾아 KT와 두산의 경기를 관람했다. 당시 김혜경씨는 이 후보와 함께 KT 위즈팀의 검정색 유니폼으로 커플룩을 연출했다. 이들 부부는 충북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을 찾은 자리에서도 동일한 반폴라 스타일 니트에 플랩 포켓인 디자인의 재킷을 갖춰 입었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LAB & PSPA 대표 박영실 박사는 "김혜경씨는 블루 계열의 의상을 입다가 최근 베이지, 아이보리 등 많은 변화를 보인다. 배우자로서 당을 어필하는 단계는 완성됐고, 다양한 색 조합으로 이제 화합과 포용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며 "공식석상에서 커플룩을 통해 '우리 사이는 좋다' '우리는 하나'라는 일체감을 표현하고, 나아가 대선 후보의 배우자로서 혼연일체가 돼 일하겠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패션계 관계자는 "이 후보와 김혜경씨 부부가 커플룩을 입은 것은 부부애를 과시해 공개석상에 잘 나오지 않았던 김건희씨를 압박하기 위한 이미지 전략"이라며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는 것까진 괜찮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또 과한 애정 표현은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랙 앤 화이트' 김건희, '남편에 관여하지 않고 전문가로 나만의 길을 가겠다'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에게선 '블랙 앤 화이트'가 눈에 띈다. 블랙 앤 화이트는 가장 기본이면서도 세련되고 산뜻한 멋이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전문적인 느낌을 줄 때 애용되는 컬러 조합이다. 김건희씨는 작년 12월 26일 자신의 학력 관련 의혹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는 자리서 검은색 재킷에 흰색 셔츠, 검은색 스카프를 하고 등장했다. 이 때 입은 의상은 수 년전 인터뷰 때 입은 의상과 같아 '재활용 패션'으로 화제가 됐다.
김건희씨가 공식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2019년 7월 25일 윤 후보의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자리에서도 검은색 정장과 흰색 셔츠를 입고 참석했다. 그는 배우자가 대선 후보로 선출이 됐는데도 단 한 번도 공식석상에서 국민의힘의 컬러인 빨간색 의상을 입은 적이 없다. 지난 24일 인터넷 포털에 등록된 새 프로필 사진에서는 네이비 색의 투피스 정장과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최근에는 김건희씨가 베이지색 재킷과 흰색 셔츠를 입은 모습으로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건희 10여년 전 의상 그대로 재활용'이라는 제목의 글이 퍼졌다. 이 글의 작성자는 "디자인이 뭔가 촌스러운 느낌이 있어 찾아봤더니 예전 옷 그대로 재활용한 것 같다"며 "윤석열도 같은 옷 계속 입고 다니던데 김건희도 의외로 같은 옷 재활용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패션계에선 김건희씨의 패션 스타일을 "비즈니스적이고 전문적인 스타일"이라고 설명한다. 박 박사는 "윤석열 후보의 당 색이 레드임에도 불구하고 공식석상에서 한 번도 선택하지 않았다. 남편의 선거 활동에 '나는 발을 딛지 않겠다'는, '물러나 있겠다', '관여하지 않겠다' 등의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본다"며 "'전문가로서 나만의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고, 윤 후보의 배우자 위치보다는 '내가 하던 대로 내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건희씨는 블랙과 화이트를 입고 사과했다. 그다음에 베이지를 선택해 프로필 사진을 찍었는데, 베이지 의미가 무난함, 순수함이어서 이 의상으로 성실하고 보수적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베이지는 상당한 고민 끝에 선택했다고 보여진다. 기존에 갖고 있는 옷을 다시 한 번 재활용함으로써 검소한 느낌을 주고자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연구소장은 "김건희씨가 언론에 노출될 때는 늘 블랙 앤 화이트 색상이었는데, 이 컬러는 전문성, 활동성을 나타낸다"며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를 참고하려고 과거에 입었던 베이지 의상을 입었지만, 요즘은 무조건 온화하고 부드러운 것이 친근한 것은 아니다. 선거가 끝날 때까지 진실하고 솔직한 이미지가 일관되게 유지되느냐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