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의 대북 외화 밀반입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쌍방울의 대북 사업 추진 과정에서 창구 역할을 한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회장을 긴급 체포했다. 안 회장이 경기도와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에 관여하고 거액의 외화를 밀반출해 북한에 전달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9일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증거 은닉 교사 등 혐의로 안 회장을 체포했다.
지난달 검찰은 안 회장의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해 왔다. 지난달 14일에는 안 회장 자택에 대한 강제수사도 벌였다. 당시 잠적한 안 회장은 중국 등 해외로 도피를 시도하다 본인의 출국금지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어제 오후 그는 서울 강북의 한 거리에서 잠복하고 있던 검찰에 검거됐다.
검찰은 지난 2019년 1월 쌍방울 그룹이 임직원 수십명을 동원해 수십억원 상당의 달러 자금을 중국으로 밀반출한 정황을 포착, 해당 자금이 북한으로 건너간 것으로 보고 안 회장이 이에 가담한 배경과 경위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아태협 안 회장, 4년 전 2차례 방북
"北초청장 전달 받았다"
2년간 13차례 북한주민 접촉
아태협은 2004년부터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의 국가총동원령에 의해 해외로 강제동원 된 한국인 희생자 실태를 조사하고 유해를 발굴해 국내로 봉환·안치하는 업무 등을 주 활동으로 하는 민간 단체로 소개하고 있다.
경상북도 포항 출신인 안 회장은 2004년부터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봉환 사업에 착수, 2012년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2018년 아태평화정책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으며 활동해왔다.
아태협을 설립하게 된 배경에 대해 안 회장은 '일제 강제동원 유골 봉환사업'과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공동 번영'을 꼽은 바 있다. 특히 일제 강제 징용 생환자인 아버지가 '강제동원 된 조선인의 유골을 찾아서 그들의 고향에 묻어줘라'라고 남긴 유언에 큰 영향을 받아 이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는 것.
그는 2018년 11월에 '2018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개최해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송명철 부실장, 조정철 참사 등 북측 인사를 직접 초청, 개회식에는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 하토야먀 유키오 前 일본 총리, 이해찬 전 대표 등을 초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알려진 바와 달리 안 회장은 대북 사업에 더 집중해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실이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안 회장은 2018년 8월과 12월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초청을 받아 2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안 회장은 방북 직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 '사단법인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안부수 선생 앞'이라는 제목으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로부터 초청장을 전달 받았다"며 "초청장을 통일부에 의뢰하고 방북신청을 접수한 결과 8월 29일 방북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안 회장은 통일부에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 등에서 13차례에 걸쳐 북한 주민을 접촉했다고 신고했다. 이 중 2019년에만 10차례가 발생했다. 안 회장은 2018년 12월 방북 직후인 2019년 1월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의 사내이사로 영입됐다. 안 회장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오랜 친분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아태협은 쌍방울 본사 건물에 입주해 있다.
안 회장이 2018년 12월 북한 평양에 방문했을 당시 작성된 아태협 내부 문건에는 그가 북한에 7만 달러 넘는 돈을 평양에서 지급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시 전달된 돈이 쌍방울의 대북 사업 관련 대가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지난달 17일 서울 소재 쌍방울그룹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아태협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이자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가 도 평화부지사로 재직하던 2018~2019년 당시 도와 함께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두 차례 공동 개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아태협은 북한 어린이 급식용 밀가루 및 미세먼지 저감용 묘목 지원사업 명목이라는 이유로 당시 도로부터 약 20억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아태협의 대북 송금 의심 자금에 경기도 지원금이 흘러갔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한편 10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안 회장이 잠적 전 동남아시아로 밀항을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지검은 안 회장이 지난 9월 말쯤 동남아시아 국가로 밀항을 시도한 사실을 파악하고 조력자 등을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