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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원, 최고 희극인 최고 사회자였다


입력 2023.04.22 07:07 수정 2023.04.22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캄보디아 현지에 마련된 임시 빈소에 서세원의 영정. @ 사진제공=박현옥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 부회장

서세원이 캄보디아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4월 20일 캄보디아 프놈펜 소재 한인 병원에서 링거 주사를 맞던 중 심정지에 빠졌고, 결국 사망 선고가 나왔다는 것이다. 향년 67세. 현재까지 범죄의혹은 발견되지 않았고 현지 경찰이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일단 쇼크사라고 알려졌다. 국내로 운구, 부검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최종 결론은 현지에서 유족들의 협의 후 나올 것이다.


일부 교민에 따르면 서세원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작년 12월에 그가 캄보디아 교회에서 설교하는 영상이 공개됐었다. 그 영상 속에서도 서세원은 당당하게 설교를 이어나가 건강에 문제가 없어보였다. 그러나 캄보디아 한인회장을 역임한 아시아한인회총연합회 박현옥 부회장은 “고인이 당뇨가 심했다”고 했다. 최근 몇 년째 당뇨 합병증 치료도 받고 있었다고 한다. 현지 사정이 여의치 않아 병을 다스리는 데 지장이 컸다고 한다.


그렇게 투병하면서도 재기하기 위해 정력적으로 사업을 추진했고, 하루 2만보씩 걸으며 건강회복에도 힘썼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마음고생이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망 당일엔 컨디션이 안 좋다며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간호사가 주사를 놨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세원은 1956년 3월 18일에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났다. 1979년 TBC 라디오 개그 콘테스트를 통해 데뷔해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했다. 그 후 MBC에서 주로 활동하며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20여 년을 풍미했다.


80년대에는 ‘영11’, ‘청춘행진곡’,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에서 맹활약하면서 국내 최정상급 개그맨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몸으로 웃기는 코미디가 아닌 말로 웃기는 개그맨이라는 개념을 알린 대스타 중의 한 명이다. ‘산 넘고 물 건너 바다 건너셔’라는 희대의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유명 목회자의 말투를 흉내 낸 ‘셔셔셔’, ‘믿습니까’ 등의 말투도 유행했다. 당대의 스타로 군림하며 자신감을 얻었는지 1986년에 영화 ‘납자루떼’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경규의 ‘복수혈전’과 더불어 전설적 실패작이 되었다.


‘서세원의 스타 데이트’로 토크쇼 시대의 서막을 열기도 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1996년부터 2002년까지 KBS 2TV ‘서세원쇼’를 진행해 큰 사랑을 받았다. 최고의 예능 사회자로 군림한 것이다. 20여 년에 걸쳐 전반엔 희극인으로, 후반엔 예능 사회자로 정상을 지킨 셈이다. 유재석, 탁재훈 등이 ‘서세원쇼’를 통해 인기를 얻었다. 서세원 이후 개그맨 출신들이 토크쇼 사회자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1995년 ‘KBS 코미디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1997년 문화체육부장관상 표창, 1999년에는 ‘제6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에서 희극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1년엔 영화 ‘조폭 마누라’를 제작해 영화 제작자로도 성공했다. 이때가 정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후속으로 제작한 '긴급조치 19호'가 흥행 실패하면서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2002년에 방송사 PD에게 홍보비 등 명목으로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영화 제작사 횡령 의혹, 세금 포탈 혐의 등으로 2006년 대법원에서 징역 10월과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2009년에도 주가 조작 및 회사 자금 횡령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10년에 KBS 출연 금지 처분이 나왔다. 그런 가운데 국내 한 군소 장로교단으로부터 목사 안수를 받았다고 해서 그것도 논란이 됐다.


2014년에 터진 사건이 서세원에 대한 여론을 결정적으로 악화시켰다. 바로 당시 부인인 서정희를 폭행했다는 논란이다.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였던 두 사람이 이혼 소송을 벌이자 큰 충격이 일었는데, 2014년에 서정희에게 위력을 행사하는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공분이 들끓었다. 교단에서 제명됐다고도 알려졌다.


결국 서세원은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2015년 8월에 합의 이혼했다. 이혼 1년 만인 2016년에 서세원은 23세 연하 해금연주자와 재혼한 뒤 딸을 낳고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국내에서 전원주택 사업을 성공시켰는데, 그 자본을 바탕으로 캄보디아에서 부동산 기획 및 건설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중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3조 원대 규모 복합 건설사업권을 취득해 부동산 개발사업과 국영 스포츠 TV 경영권 인수 등을 추진한다고 알려 세인을 놀라게 했다. 사업이 코로나19로 난항을 겪었으나 올 들어 비교적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었다는 지인의 인터뷰가 나왔다. 이런 사업들을 추진하면서 상당한 노고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서 사기피해도 당해 재정적 어려움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배경에 제대로 된 당뇨병 관리는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세원은 2019년에 5살 된 딸이 있다고 공개했고, 2020년 인터뷰에서 “이혼 후 새 가정을 만난 건 운명이다. 더없이 행복하다. 무엇보다 환갑에 탄생한 딸아이는 제 삶의 전부”라며 “가장 힘들고 고된 인생의 기로에서 저에게 빛을 안겨준 천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방송인으로 살다 한순간 모든 걸 다 잃었지만, 이 아이를 만난 걸로 개인적으론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생각한다”, “온갖 어려움을 견디며 캄보디아 사업을 따낸 것도 알고 보면 어린 딸을 둔 아버지의 절실함으로 이해하시면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렇게 절실하게 사업하다 쓰러졌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서세원이 서정희와의 관계에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희극인과 예능인으로서만 살았다면 지금쯤 한국 방송계의 어른으로 큰 위상을 차지했을 것이다. 과도한 사업과 도덕적 선을 넘는 잘못된 선택들이 굴곡진 삶의 행로를 만들고 말았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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