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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국민의힘, 잼버리 고리로 '부처 개편' 압박


입력 2023.08.07 15:03 수정 2023.08.07 15:22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잼버리 파행 위기'에 與 "여가부 책임 져야"

"어떤 '철밥통'도 존재할 수 없는 사회 돼야"

尹 대통령 대선 공약…관건은 민주당 반대

일각선 "野서 먼저 여가부 책임 물어" 의견도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5일 오후 전북 부안군 잼버리 프레스센터 브리핑실에서 잼버리 참가인원 및 프로그램 현황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국민의힘이 역대급 폭염과 태풍으로 파행 위기를 맞은 세계잼버리 논란의 책임 소재를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에서 찾고 있다.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갖고도 대비에 미흡했던 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여가부 폐지에 재차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다만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며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여야 간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7일 BBS라디오 '아침저널'에 나와 "여가부뿐 아니라 국민의 요구가 있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 시대에 어떤 부처가 됐든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고 또 새로 탄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며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국민 혈세만 낭비하는 어떠한 철밥통도 존재할 수 없는 사회가 되는 것이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온 건 이번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서 발생한 폭염 대비 미흡의 문제가 주무부처인 여가부의 책임이라는 의견이 분출되고 있어서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압도적 무능을 증명한 여가부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될 자격이 없다"며 "여가부는 갈등 유발 부처, 무능 부처, 고유 업무가 없는 부처로 폐지 공약까지 나온 부처였다. 주무 부처로 준비한 이번 잼버리 행사를 통해 (폐지의) 당위성이 고스란히 드러났을 뿐"이라는 비판의 메시지를 냈다.


아울러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도 지난 3일 페이스북에 "이번 잼버리 사태의 주원인이 여가부만은 아니겠지만, 그동안 일 처리를 제대로 못하면서 업무영역만 억지로 늘려왔다"며 "여성을 포함한 보편적 인권에 관한 내용은 노동부와 합쳐서 인권부로 개편하고, 나머지 기능은 다른 부처로 넘기자"고 주장했다.


여가부 폐지는 국민의힘이 지속해서 주장해오던 사안이었다. 거의 매해 정부 부처 평가에서 최하위권을 맴돌면서 사실상 큰 역할이 없는 부처라는 주장이 주를 이뤄서다. 실제로 여가부는 지난해(2022년) 정부 업무 평가에서 최하위인 C등급을 받은 바 있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지난 3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뗏목 체험장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연일 이어지는 폭염을 피해 휴식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이번 논의가 여야 간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걸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 정부와 협의를 거쳐 여가부 기능 중 노동은 고용노동부로, 양성평등·가족 등은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에 이관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오히려 여가부 기능을 확대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재 민주당이 원내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만큼 이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잼버리 파행 논란을 계기로 여가부 폐지론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특히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폭염 대비 등과 관련한 여가부의 대회 준비 및 현장 점검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왔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25일 열린 여가부 국감에서 잼버리 대회 준비 상태에 대해 우려한 바 있다.


전북 부안을 지역구로 둔 이 의원은 국감에 참석한 김현숙 여가부 장관에게 "잼버리 대회 준비 상태를 디테일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며 "내가 이걸 따지려는 게 아니고,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 먼지 대책, 해충 방역과 감염 대책, 또 관광객 편의시설 대책, 영내·외 프로그램을 정말 점검하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당시 국감에 참석한 김 장관은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할 것" "말씀하신 것들은 태풍·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놓아서 보고드리도록 하겠다"고 답했지만 결국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일각에서는 세계잼버리 파행과 여가부를 연결 지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 나온다. 이번 사태가 정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항간에서는 또 한쪽에서는 이 정부가 여가부 폐지 공약을 했기 때문에 여가부의 힘이 안 실려서 그런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라며 "전 정부 탓은 거의 괴담 내지는 저주의 굿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미 여가부 폐지는 전국민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반대한다는 건 정쟁으로밖에 읽을 수 없다"며 "민주당에서도 이번 잼버리 사태에 대한 여가부의 책임을 물었다는 발언이 있었던 만큼, 갈등 없이 업무를 제대로 분장한 뒤 여가부 폐지를 추진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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