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지지자, 응원 연설 펼치고…경찰 향해 삿대질 및 고성 쏟아 내기도
보수단체 관계자들 "이재명 구속" "방탄 그만" 구호 외치며 맞불 집회
법원 직원-경찰 방호 태세 강화 나서…심각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제1야당 대표가 구속 기로에 서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에 서초동에는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했고 경찰은 곳곳에서 삼엄한 방호태세를 구축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에 연루된 이 대표에 대한 영장 심사를 진행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분께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도착했다. 지팡이를 짚은 이 대표는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당초 오전 10시부터 영장심사가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빗길 교통 체증으로 이 대표가 법정에 늦게 도착하면서 다소 늦어졌다.
검찰 측에서는 수사에 참여했던 김영남(사법연수원 34기)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 최재순(37기) 공주지청장을 포함해 10명가량이 참석했다. 이 대표 측에서는 고검장 출신 박균택(21기) 변호사, 부장판사 출신의 김종근(18기)·이승엽(27기) 변호사,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인 조상호(38기) 변호사 등 6명이 나왔다. 이 대표가 24일간 단식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긴급 상황을 대비해 법정에는 의료인력 1명이 배치됐다. 휠체어도 준비됐다.
출석 현장엔 이 대표 지지자와 보수 성향 시민, 취재진 등이 몰려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법원에 들어가는 길목부터 이 대표 지지자들이 임시로 설치한 연단에 올라 그를 응원하는 지지연설을 펼쳤다. 대다수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의자에 앉아 그의 출석을 기다렸지만, 일부 지지자들은 경찰을 향해 삿대질과 고성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없는 반대편 도로에서는 보수단체 관계자들이 "이재명 구속" "방탄 그만"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맞불 집회에 나섰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차량 위에 설치된 연단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 대표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거듭 외쳤다. 상대적으로 이 대표 지지자들에 비해 적은 인파가 몰렸지만, 경찰의 삼엄한 방호 태세에 지지자와 반대자들 간 충돌은 발생하진 않았다.
법원으로 가는 길목 곳곳마다 경찰은 인력을 촘촘하게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법원 내·외부에도 경호 직원들이 빼곡히 배치되는 등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이 대표를 취재하기 위해 모인 언론인들도 경찰과 경호 인력 통제에 따르며 위험한 상황이 따로 연출되지 않았다.
한편 심문을 마친 이 대표는 서울구치소로 이송돼 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게 된다. 헌정사상 최초로 제1야당 대표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데다 사안이 복잡함을 고려하면 심사 결과는 오늘 밤 늦게나 다음날 새벽 중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연루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영장심사는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8시께 마무리 됐고, 법원은 심문 이후 9시간을 더 고심한 끝에 다음날 새벽 5시에 구속영장을 발부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심사를 위해 140쪽이 넘는 영장청구서와 1600쪽 분량의 의견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주거지가 명확하고, 도주 우려가 없어 실질적으로는 혐의 소명 정도와 증거인멸 우려가 구속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 대표 측은 현실적으로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없어 구속이 불필요하고 검찰이 사건 관계인들을 상대로 거짓 진술을 받아냈다고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설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측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은 검찰의 강압 수사에 따른 것으로 신빙성이 없고, 혐의 자체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