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끝으로 윤핵관 모두 후퇴
한동훈, 당내 장악력 더 커지나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4인이 모두 2선으로 후퇴했다. 영향력을 행사하던 친윤 주류들이 물러나면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당내 장악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 제시한 '희생' 등 인적 쇄신안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철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은 전날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인재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통화에서 "수장이 바뀌었다. 향후 인선을 불편하게 만들면 안되기에 사의를 밝혔다"고 말했다. 다만 한 위원장이 사표를 반려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 위원장은 정치권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친윤 핵심 인사로 알려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전 대표는 3·8 전당대회에서 당선 후 이 위원장을 사무총장에 기용했다. 총선을 앞둔 사무총장직은 당 살림을 책임지면서 공천권 등 실무를 이끌기 때문에 요직 중의 요직으로 정평이 났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김기현 2기 지도부'가 출범했을 때에도, 이 위원장은 사무총장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인재영입위원장에 새롭게 낙점됐다. 전직 사무총장으로 인재영입 활동을 오래 했던 업무의 연속성을 감안한 인선이라고 당은 설명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의 공천관리위원회 참여 여부도 정치권 관심사였다. 한 비대위원장은 당헌·당규에 따라 내년 1월 10일까지 공관위를 구성해야 하는데, 사무총장-인재영입위까지 공천 업무를 주도해 온 이 위원장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당 안팎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한 위원장의 쇄신에 불을 붙일 기반이 완전히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한 비대위원장은 취임 일성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불문하고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배수진(背水陣)을 치며, 당내 쇄신 드라이브를 건 바 있다.
한편 앞서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은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며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권성동·윤한홍 의원은 일찌감치 윤 대통령과의 소통이 다소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두 가지를 포지셔닝 했다. 하나는 '당내 기득권층'의 개혁, 또다른 하나는 당밖 '이재명 민주당'의 개혁"이라며 "상대 당을 이기려면 우리 당의 기득권을 개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본인의 불출마로 낸 것이고, 이철규 위원장이 이에 화답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